롯데손보, 킥스 비율 150% 수성…기본자본 규제엔 '여전히 촉각'
입력 25.04.07 07:00
킥스 비율 154% 기록하며 당국 권고 기준 충족
인수금융 스텝업 조항도 피하며…금리 상승 부담 덜어
당국서 예고한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은 변수
  • 롯데손해보험이 연간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을 당국의 권고수준인 150% 선에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당분간은 자본확충 부담과 인수금융 금리 상승 가능성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낮은 롯데손보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2024년 연간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54%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특히 2024년 경과조치 적용 전 롯데손보의 실제 킥스 비율은 125%에 그쳐 자본건전성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150% 미만으로 떨어지는 보험사에 자본 확충 계획 제출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손보는 인수금융 조달 시 킥스 비율과 연동되는 재무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자본건전성 유지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다.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인수금융 재무약정에 따르면 킥스 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인수금융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게 되고, 125%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에는 치유기간이 주어진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기한이익상실(EOD)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일단 킥스 비율 150%를 지켜냈지만,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롯데손보의 자본확충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지난 1월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통해 무분별한 자본성증권 발행 대신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 확충을 통한 K-ICS 비율 관리를 강조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회사의 핵심 자본을 의미하며,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을 포함하지 않는다. 

    문제는 작년 3분기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1%로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 하한선이 50% 수준으로 설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롯데손보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손보의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손보는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손보가 유상증자를 계획하지 않는 이유는 킥스 비율이 150%를 넘어섰고 당국이 규제 비율을 낮추려는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킥스 비율 기준을 현행보다 15%p 내외로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무 태스크포스(TF)와 계량영향평가 등을 거쳐 상반기 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향후 도입될 규제에서 기본자본 킥스 산정 방식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수치로는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당국이 벤치마크로 삼는 유럽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치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당국의 새로운 제도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자문사를 통한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당국이 참고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의 보험사 자본 비율 규제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롯데손보처럼 국내에서 낮은 수준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기록 중인 보험사도 수치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당국이 산정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이 최종 제도를 확정한 이후 구체적인 재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의 기본자본 킥스비율 산정 방식을 적용했을 때 증자 등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본격적인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3분기쯤 기본자본 규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에 못 미치는 보험사가 적지 않은 만큼 업계 전반이 당국의 산정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