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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고, 한화에너지가 할인 없이 유증에 참여한다고 해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화에어로의 현금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로 돌아오지만, 오너 일가의 한화에어로 지배권은 더욱 공고해지는 까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줄어든 1조3000억 원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에너지 싱가폴 등 3개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승연 회장의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할인 없이 시세 가격으로 유증에 참여하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어로가 오션 지분 7.3%를 인수하면서 한화에너지 등으로 이동한 현금 1조3000억 원이 다시 한화에어로로 돌아오는 '원상복구' 효과가 있다"며 "한화에너지 대주주들에게는 손해지만, 소액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에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해도 한화에어로 내부 자금을 한화에너지로 옮겼다가, 다시 한화에어로로 옮기면서 한화그룹의 한화에어로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다는 부분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란 평가다.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 추가 지분을 확보한 모양새라 하석상대(下石上臺, 아랫돌 빼어 윗돌 괴기)식 영향력 확대 작업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한화그룹은 정정 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와 ㈜한화 간 합병설도 전면 부인했다.
한화에어로는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한화는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한 바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IPO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최대주주의 구조 개편이 당사의 수익성 및 재무 안정성에 미칠 영향은 현시점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하는 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한화에너지의 한화오션 지분 매각과 ㈜한화 지분 증여 등이 엮이며 '오너 일가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여론이 돌아서고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요구하자, 이번 증자와 승계 작업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합병설'을 부인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화와의 합병 계획을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SK그룹의 전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SK그룹 또한 2015년까지 '최태원 회장 → SK C&C → SK㈜'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유지하며 SK C&C와 SK㈜의 합병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흡수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한화에너지 지분을 보유한 삼형제가 지분을 늘리는 거라면, 승계와 연관이 없을 수 없다"라며 "한화에너지와 ㈜한화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건 '현 시점'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 구조 변경 과정에서 신주 발행 가격도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며, 증자 구조 조정이 시장 가격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정정 증권신고서에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영향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해 전체 수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의 보호주의 기조 강화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출 및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유증규모 3.6조→2.3조…차액은 한화에너지에 배정
할인 없이 유증 참여, 승계 논란 불식시키겠다는 의지
한화오션 지분 인수하며 나간 1.3조 다시 제자리로
자금은 '원상복구'지만,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확대
할인 없이 유증 참여, 승계 논란 불식시키겠다는 의지
한화오션 지분 인수하며 나간 1.3조 다시 제자리로
자금은 '원상복구'지만,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확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8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