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株 '동반 상승' 속 외면받는 한화생명…김동원 사장 '리더십' 시험대?
입력 25.04.09 07:00
김승연 회장 증여 후 한화 그룹주 상승 속
한화생명은 뒷걸음질
건전성 이슈 도마위에 오르는 가운데
김동원 사장의 지배력도 약해
계열분리 작업 복잡하고 현실화 여부도 불투명
  •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가 재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까지 이어지면서, 계열분리 가능성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조선 업황 호조에 더해 ‘승계’라는 이벤트까지 겹치며, 한화 그룹주는 시장에서 새로운 테마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흐름에서 한화생명은 예외적이다.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이를 두고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사내 리더십마저 불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지분 11.3%를 세 아들인 김동관(4.9%) 부회장, 김동원(3.2%) 사장, 김동선(3.2%)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증여 후 김 회장의 지분율은 22.6%에서 11.3%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세 아들의 지분은 각각 김동관 9.8%, 김동원·김동선 각 5.4%로 확대됐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지분 9.8% 외에도,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지분 50%를 들고 있어, 의결권 기준으로 ㈜한화 지배력을 20.85%까지 확보한 상태다. 사실상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쥐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화 그룹주의 주가는 급등했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는 전일 대비 5.49% 오른 4만3200원에 마감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34% 상승한 67만3000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8.15%), 한화오션(3.43%), 한화시스템(5.76%)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한화생명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때 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2500원선에 머물고 있다. 해약환급금 적립 등으로 인해 배당이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모습이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AA’ 등급을 받았음에도, 시장에서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재무 건전성 지표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165%로, 전년 대비 18.8%포인트 하락했다. 더욱이 이 수치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활용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감독당국은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등 질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기본자본비율은 약 79%로, 대형 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본자본은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일부 평가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결국 증자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는 주주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화생명의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김동원 사장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지배구조부터가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화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한 반면, 김 사장은 금융부문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부족한 상태다. 김 사장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고작 0.03%로, 지분 43.24%를 가진 ㈜한화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결국 김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에 종속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남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지배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544억원에 공개매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최근엔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전에 참여하며 유통·호텔 기반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김 부사장의 독립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금융 부문은 사업 확장과 계열분리 모두 쉽지 않은 구조란 평판이 증권가에서 제기된다. 금융업은 규제가 강한 산업인 데다, 계열분리를 위해선 ㈜한화의 인적분할 또는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게다가 한화생명은 그룹 유동성 위기 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계열사라는 점에서, 형제들로부터 계열분리 동의를 얻는 일도 녹록지 않다. 나아가 한화생명의 낮은 기본자본비율은 계열분리 시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당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요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은 규제 환경도 까다롭고,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도 요구된다”며 “김동원 사장이 직접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열분리는 세 형제 중 가장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