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업황에 美 관세까지…석유화학社들, 등급하향 목전
입력 25.04.10 07:00
크레딧 트리거 터치한 롯데케미칼, 가장 하향 압박 높아
"유동성 확보 위해 체결한 PRS, 조기정산 의무 있어 모니터링 필요"
이미 등급 하락한 여천NCC, 여전히 '부정적' 등급전망에 부담 지속
  • 부진한 업황 지속에 미국의 상호관세까지, 석유화학 업계에 악재가 겹치는 모습이다. 크레딧 리스크가 가장 높은 업종으로 석유화학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의 등급 하향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자급률 상승 등으로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은 다시 상승기가 도래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등도 중국을 대체할 모멘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석유화학 업체의 한숨이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잉여 물량이 몰려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고,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수요가 얼마나 살아나는지와 중국의 캐파(capacity)가 얼마나 조절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와 크레딧 애널리스트 등은 현재 가장 신용등급 리스크가 높은 업종으로 석유화학을 꼽고 있다. 석유화학만 우려 업종으로 거론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 모멘텀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평이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석유화학 기업으로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효성화학 등이 있다. 그 중 등급하락 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롯데케미칼이 꼽힌다. 중국 업체들이 올레핀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함에 따라, 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롯데케미칼 등의 개선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앞서 약 5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와 2조7000억원을 투입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약 10조원가량으로 늘어난 차입금도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고부가 스페셜티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한편,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및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만큼 투자부담이 완화돼도 잉여현금흐름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 자회사 지분을 통해 체결한 주가수익스와프(PRS)도 위험요소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자회사 LCLA의 지분 40%를 활용한 PRS로 6600억원을,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 지분 49% 중 25%를 통해 PRS로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PRS 계약에 조기정산 의무가 포함돼 있어, 조기정산 사유가 발생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훼손되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한국기업평가의 크레딧 트리거를 충족하며 하향 압박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기평은 순차입금/EBITDA가 3.5배를 초과하는 경우를 하향변동 요인으로 설정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8.5배를 기록, 자산 매각에도 8~10배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등급 하락에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은 등급이 내려가야 하는 단계"라면서도 "이미 민평금리 수준에 등급 하향 전망이 반영돼 있어, 이번에 등급이 조정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말 이미 한차례 등급조정이 이뤄진 여천NCC도 부담이 여전하다는 평이 나온다. 통상 등급 하향이 이뤄지면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변경되는데, 등급 하향에도 여전히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신평사들은 신용평가의 중요 모니터링 요소로 사업 재편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밋밋하게 진행돼,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고, 우리나라 업체들이 캐파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경쟁국들에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면서 "꼭 필요한 건 맞지만 기대에 충족하는 결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