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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발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던 교환사채(EB)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 리스크로 해외 투자자가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해외 자본 유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EB 발행의 기반이 되는 주식의 시장가격이 불확실성에 흔들리며 가격 책정(프라이싱) 자체가 멈춰버린 까닭이다. 공매도 재개에 발 맞춰 EB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던 증권사들도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공매도는 지난 3월 31일 재개됐다. 지난 2023년 11월 전면 금지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2023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국내 기업들은 EB 발행 계획을 속속 철회하거나 보류해야 했다. 통상 공매도를 통해 교환 대상 주식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헤지할 수 있는데, 공매도가 막혀 EB 발행 투자 수요를 채울 수 없어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CJ ENM이 보유하고 있던 넷마블 지분을 활용해 EB 발행을 추진했으나, 공매도 금지로 인해 발행이 무산됐다.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없게 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해외에서 EB를 발행하려던 카카오는 공매도 금지의 영향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화로 발행되는 EB의 경우, 주력 투자자층은 대부분 해외 헤지펀드로, 전체 투자자의 80~90%를 차지한다. 이들 투자자는 주가 하락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매도를 반드시 활용하는데,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재개로 롱숏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해외 헤지펀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매도 허용으로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이 가능해지면 해외 자본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특히 롱숏 전략을 선호하는 해외 헤지펀드들이 한국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가질 것이란 기대도 컸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는 평가다. 관세 인상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공매도 재개 후 첫 주(3월 31일~4월 4일) 동안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공매도 거래금액은 총 6조482억원에 달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자금을 대거 빼갔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순유출 규모는 5조8625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21년 8월 13일(7조26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대규모 EB 발행 기업으로는 LG화학이 거론돼 왔는데, 신규 발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배터리 업종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해외 자본 유입까지 장담하기 어려워져서다.
LG화학은 2023년 7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해 2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EB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자 시장은 다시 LG화학의 LG엔솔 지분 유동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매도 재개에 따른 차익거래(아비트리지)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던 트레이딩 부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져 한동안 관망세에 접어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롱숏 전략을 사용하는 트레이더들은 주식 매수와 공매도를 동시에 활용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그동안 밀려 있던 EB 발행 계획들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해외 헤지펀드의 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라며 "다만 현재 트럼프 발 관세 리스크로 인해 증시를 예측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되며 EB 발행 기대감 높아졌지만
관세 인상 여파로 해외 자본 유입 기대감 약화
EB 수요 높은 대기업 및 트레이딩 부서도 관망
관세 인상 여파로 해외 자본 유입 기대감 약화
EB 수요 높은 대기업 및 트레이딩 부서도 관망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