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 이벤트에 외화자금 주시하는 은행들…유동성 버퍼 높인다
입력 25.04.14 07:00
탄핵 인용에도 트럼프 불확실성 커져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 보수적 관리
'유동성은 심리 싸움'…만기 앞서 선조달
기업 외화수요 증가로 외화예금은 늘어나
  • 최근 탄핵 및 트럼프 관세 부과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이 커지자 은행권이 외화자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비상 계엄사태 이후부터 기존 규제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관리해 오던 추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말부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통상 외화는 원화보다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예년 대비 훨씬 높은 버퍼를 두고 관리하는 분위기다.

    현재 은행권 외화LCR 규제비율은 80%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의 외화LCR비율은 국민은행 154.83%, 신한은행 148.85%, 하나은행 203.22%, 우리은행이 184.29%로 현행 규제 대비 80%~120%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여유롭게 관리하고 있다. 

    작년 말 은행권 외화LCR은 지난 2022년이나 2023년과 대비해도 약 20%~40%포인트 가량 높은 모습이다. 작년 12월 비상 계엄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화자금 관리에 더욱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화예금이 늘어난 것도 외화LCR이 오른 이유 중 하나다. 달러를 굳이 원화로 바꿔서 인출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고유동성자산인 외화예금이 늘어나면서 외화LCR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탄핵 재료가 작년 12월부터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 다들 보수적으로 유동성 관리를 하고 있다"라며 "원화 유동성은 한국은행이나 정책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외화 시장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훨씬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수적인 외화자금 관리 기조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긴 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어, 과거 탄핵 당시와 비교했을 때 외화 유동성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란 설명이다. 은행들은 만기에 앞서 선조달을 하는 방식 등으로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유동성은 거의 심리 싸움이라 심리가 좋지 않으면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낼 때가 많다"라며 "올해 트럼프 정부에서 예상치 못한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좋을 때 외화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기업 외화예금의 경우 들어올 유인이 많긴 하지만, 4월에는 기업들이 해외로 송금할 배당금을 지급할 목적의 인출이 있을 수 있다"라며 "지금은 유동성 자체를 넉넉히 가져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