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군함 수주 실패 때문에 한화오션 지분 1.3조어치 사들였다는 한화에어로
입력 25.04.14 07:00
취재노트
"호주 수주 실패가 계기"…한화에어로, 지배력 강화 명분 설명
재무적으로 열위했다지만 일각에선 의문 제기
타이밍에 대한 의문도 여전, 결국 성과로 증명해야
  • "한화오션이 지난해 호주 호위함 수주전에 실패한 것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

    지난 8일,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호주 해군의 신형 호위함 수주 실패가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뭇매를 맞았다. 유상증자 규모 자체도 컸지만, 일주일 전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와 그 자회사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체 보유 현금으로 오너 일가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고, 정작 투자 자금은 주주에게서 조달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룹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모두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왜 굳이 이 시점에, 대규모 투자 계획도 눈앞에 두고 한화오션의 지분을 매입했냐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종속 기업으로 편입돼 있어 충분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추가 지분 획득을 통해 지배력을 높여야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화오션이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 등 재무적 측면에서 열위에 있었고, 이런 점이 호주 호위함 수주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시너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무적으로 여력이 있고, 호주나 유럽 시장 내 트랙레코드가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모회사라는 점을 어필할 필요성을 느꼈단 것이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그간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의 원인을 "호주에서는 항행 거리가 긴 호위함을 원했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이 그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게 고배를 마신 주요 원인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그간 한화오션은 '사양을 못맞췄다'고 주장해왔지만, 이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배력이 부족했다'고 이야기 한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간에도 엇박자를 타는 모습이다.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 같은 재무 지표는 군함 수주 평가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긴 어렵단 지적도 있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함정 제조업 특성상 선수금 비율이 높아 부채비율 자체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사실 방산에 있어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재무적 상황 자체가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방산 입찰은 기술력뿐 아니라 상호운용성, 외교적 관계, 정치적 정렬 등도 핵심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호주 입장에서는 군사·외교 전략상 독일이나 일본이 더 나은 파트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전략적 시너지는 분명하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나, 네트워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생긴다. 조선업 연구원들은 잠수함 건조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직 발사대나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납품해줄 수 있고, 방산수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점도 이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굳이 이 시점이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다. 당장의 급한 수주건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 연구원은 "나중에 준비하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한화에어로가 자금 여력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지분 확대를 통해 한화오션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이를 '초일류 종합 방산업체'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보안상 자세히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한화에어로와 오션이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이번 설명에도 의문 해소가 안됐다면, 더 덧붙일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설명이 어렵다면, 남은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어떤 결과를 이어갈지 지켜보는 일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