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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부품 업체들도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부품사들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어 엔진·변속기·타이어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오는 5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전방의 완성차 업체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부품업체들이 일부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공식 발효된 이후, 향후 두 달간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품사에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을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부채비율이 높고,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라 단가 인하 압박을 받을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부품사들이 입을 영향은 기업별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여파가 작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업체들과 계열화된 공급 구조를 갖추고 있어, 원가 상승 부담이 고스란히 납품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5월부터는 관세에 직접적으로도 노출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70억7200만 달러(약 10조3000억원)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의 37.6%에 달했다. 품목별로 보면 차량용 엔진 6억4699만달러, 실내 부품 14억5257만달러, 기어박스 11억2120만달러, 구동 차축 8억6648만달러 등으로 금액이 적지 않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보다 자동차 부품 업계가 관세에 더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의 경우, 관세 부과가 부정적 이슈인 것은 맞지만 재무상 버틸 여력이 있어 당장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부품사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차 벤더보단 2차가, 2차 벤더보단 3차가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신용등급 양극화가 극심하다. 현대차 계열 및 글로벌 부품사를 제외하고는, 많은 업체들이 투기등급에 머물러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현황을 종합한 결과, 현대모비스(AA+), 현대위아(AA-), HL만도(AA-), 한온시스템(AA-), 현대트랜시스(AA-) 정도만 A급 이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을 뿐, 외에는 대부분 BB+ 이하 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신영(BB+), 유산정밀공업(BB+), 동원금속(BB-)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기업은 과중한 차입규모 대비 저조한 수준의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A등급 이상인 업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관세 영향을 견딜 여력이 있지만,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이번 충격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구조상 공급망 하단에 있는 2차, 3차 벤더로 갈수록 교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관세 부담이 장기화한다면 일부 업체들은 등급을 떠나 생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형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란 입장이다. 현대모비스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A/S 매출 비중이 높아 신차 가격 인상 시 중고차 수요 증가와 차량 유지보수 수요 확대에 따라 관세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경영진이 바뀐 이후 현대차에 대한 의존적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대제철의 미국 투자 자금을 지원한 뒤 단가를 협상하는 등 여러 카드를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부품 소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품 공급망 훼손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다만 관세에 대한 영향이 얼마나, 어디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가 얼마만큼의 관세부담을 감내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완성차 업체가 어디까지 관세를 떠안을지가 핵심이 될 텐데,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지금 시점에 자동차 부품사 투자를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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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