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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업계가 최근 한국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심사 기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이 확정된 가운데,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VC업계에선 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를 서두르기보다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아직 차기 정부의 향방은 불투명하지만, 정권 교체 시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계획했던 투자 기업이 있는데 6월 이후에 하기로 협의했다"며 "다른 VC들도 투자기업에 대한 예비심사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는 것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VC업계가 IPO 심사 기조 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야권 성향의 정부가 출범할 경우, 기술특례상장 활성화, 정책자금 확대 등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친화적인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대 초반만 해도 특례상장 등 IPO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돼 VC가 IPO를 활용해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3년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조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크게 보수화됐고, 이에 따라 예비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자진 철회하는 기업이 잇따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개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곳)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 전문심사기관 출신 상장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반적인 심사 기조가 이례적으로 보수적인 경우는 드물다"며 "기술특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기업조차도 일반상장으로 전환하거나 심사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VC의 초기 투자 비중도 급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투자금 중 후기 단계 기업에 투입된 비중은 54.1%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같은 기간 초기 단계 기업 투자 비중은 10.4%로, 지난해 같은 달(2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망한 기술기업이라도 실적 없이는 상장이 어려워지다보니 매출 등 성과가 보장된 후기 단계 기업에 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VC업계가 낙관적인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가 IPO 시장의 실질적 회복을 제약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전 품목에 34%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여기에 더해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 1기 시절의 '무역전쟁'이 재현되면서 이 여파는 국내 자본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는 7일 하루에만 5%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이 넘게 오르며 8일 오후 기준 1470원을 넘어섰다. 탄핵 인용으로 인한 ‘정치 리스크 해소’ 기대감은 글로벌 대외 변수 앞에 묻혀버린 셈이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결국 상장 시장이 잘 되기 위해선 증시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글로벌 증시가 현재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권 교체와는 별개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IPO 반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시 상장 심사 유연해질 수도"…VC업계, 거래소 기조 전환 기대감
'IPO시장 호황기' 회상하는 VC들…최근 보수적 심사 기조 강화에 업계도 위축
"대외 리스크 해소가 더 우선"…트럼프 리스크 등 변동성에 신중론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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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