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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연초부터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부터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면 자본시장에서 한화그룹의 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조달 파트너인 증권사들은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트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보안'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그룹의 특성상, 증권사들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IB 부서 실무진들은 한화그룹과 관계를 트기 위해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하우스는 대표급 관계자까지 나서 한화그룹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작은 '연줄'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으로 딜을 제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호텔)는 지난달 아워홈 지분 58.62%를 약 8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는데, 정관상 경영 활동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후 한화호텔측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차녀 구명진 씨(19.6%)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20.7%) 측이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완강히 매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순항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58% 지분 인수 작업에 대한 딜 클로징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하우스들은 벌써부터 추가 지분 매입에 있어 주관을 따내기 위해 조달 구조를 제안하는 등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증권사들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화그룹은 그간 자본시장에서 장기간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아 온 일부 하우스들을 '중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신뢰가 깨지면, 가차없이 파트너 관계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룹의 기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한화에너지가 IPO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지 않은 사건이란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한화솔루션의 사모 신종자본증권 인수단으로 참여를 타진했지만,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문턱을 너지 못해 결국 인수단 참여가 불발됐다. 이 영향으로 이번 한화에너지의 IPO RFP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의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향후 한화그룹 딜 주관을 따내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고위급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화가 아니면 딜이 없느냐"는 기조 하에 보수적인 투심위 운영이 이어지고 있어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한화그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커버리지 역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라며 "실무진들은 어떻게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윗선의 컨센서스가 '한화 없다고 딜 못하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대신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화에너지의 IPO 대표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단 한화솔루션 딜 뿐만 아니라, 과거 한화시스템과 한화솔루션,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주관부터 지난해 한화에너지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회사채 인수까지 ECM과 DCM을 가리지 않고 한화그룹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도 한화솔루션 신종자본증권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이력으로 올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이탈하며 키움증권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화그룹이 다수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주관사 자격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올해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솔루션 등 굵직한 계열사들의 발행을 주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올해 DCM 시장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화그룹의 회사채 주관 실적 때문"이라며 "지난해 한화솔루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올해 대표 주관사단에 다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증권사들 사이의 엇갈리는 희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그룹의 특성상 앞으로도 소수의 증권사들과 딜을 진행할 공산이 큰데, 이미 장기간 협력관계를 구축한 증권사들이 많아 새롭게 관계를 트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조단위 유상증자에서 이례적으로 규모 대비 적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단 두 곳의 주관사단만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는 평가다. 주관사단 선정은 타 증권사들과 사전 논의 없이, 사실상 한화그룹이 주관사를 '타깃'해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하우스들도 이러한 소식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트기 위해 사실상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대표나 오너가 한화그룹쪽과 친분이 있는 하우스들이 관계가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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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