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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카카오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당장은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카카오 측이 '주주 눈치 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카카오엔터가 수년간 무리한 '베팅'을 이어오며 IPO도, 매각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엔터 매각설에 대해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즉각 반발했다. 카카오엔터 내부에서도 매각과 관련해 의견을 내겠다는 취지로 노조 가입 문의가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권기수·장윤중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9일 사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구성원들의 불안을 진화하려 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카카오는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쪼개기 상장’ 등 논란이 잇따랐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는 김범수 창업자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카카오는 쇄신을 선언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이후 100여 개에 달한 자회사를 정리해 왔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적자 자회사는 청산하고, 일부는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켰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도 재무적투자자(FI) 교체가 추진 중이며, 스크린골프 사업체인 카카오VX 매각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도 예외는 아니다. M&A를 멈추고 정리에 들어갔다. 2023년에는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알에스미디어, 레전더리스 등의 지분을 매각했고,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한국 법인도 정리했다. 같은 해 드라마 제작사 크래들스튜디오와 크로스픽쳐스를 청산했다.
올해는 음악 레이블 아이에스엔터테인먼트, 웹툰 제작사 넥스트레벨스튜디오를 청산했고, 카카오엔터 아시아 법인과 크로스코믹스 인도 법인, 태국의 스튜디오피닉스 및 스튜디오오렌지도 청산 중이다. 올 초에는 아이돌 그룹 QWER의 소속사인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50%를 매각했고, 잔여 지분도 연내 정리할 계획이다.
‘군살 빼기’ 명분도 있지만, 가장 큰 배경은 수익성 악화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저하에 일조했던 자회사들이다.
매각된 법인들도 인수가 대비 기업가치가 오른 경우는 드물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100%를 180억 에 인수했는데, 올해 2월 지분 50.07%를 87억원에 매각했다. 남은 49.93%가 이보다 낮은 금액에 처분된다고 가정하면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실사·법률 자문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 투자’다.
수십억~수백억 원 단위는 물론, 조(兆) 단위 투자가 이뤄진 자회사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약 1조원을 투입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Radish)를 인수했다. 당시 두 회사는 각각 약 6천억원(5억1천만달러), 5천억원(4억4천만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당 투자는 2021년 초 네이버웹툰이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깜짝’ 인수한 영향이 가장 크다는 평이다. 당시 일본에서 양사의 경쟁이 나타났고, 북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네이버가 ‘선공’을 날리자 카카오도 반격에 나선 것이다.
당시 타파스와 래디쉬는 매출이 증가하던 시기였지만, 수천억원의 몸값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 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타파스나 래디시는 카카오가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로 조급함을 느껴 인수에 뛰어들기 전에는 매각가가 수백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며 “지금도 내외부에서 당시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근거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통 큰 베팅’의 성과는 미미하다. 2021년 적자 폭이 200억원이던 타파스·래디시의 2023년 손실은 4252억원에 달했다.현재 두 회사의 장부가액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즉, 인수 이후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했다고 풀이된다.
카카오엔터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타파스의 영업이익률은 –172.60%에서 –23.00% 수준으로, 매출보다 영업손실이 훨씬 크다. 회수가능액은 마이너스 970억8400만원으로, 사실상 미래 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래디시도 영업이익률 –266.40%, 회수가능액 –67억7900만원으로 손실이 심각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타파스와 래디시는 인수 후 창업자들이 비교적 빠르게 회사를 떠났고, 내부 인력도 이탈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며 “콘텐츠 자체의 역량 문제인지, 플랫폼 문제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시너지 성과가 미흡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는 매각에 나서도 높은 몸값 탓에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며 “콘텐츠 및 엔터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이고, 불과 2년 전 SM엔터 인수에 1조원을 투입하며 사법 리스크까지 감수했던 영역인데 지금 매각에 나선다면 수년간 이어온 행보가 사실상 무위에 그치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카카오엔터 매각설에 카카오 직원들'술렁'
조 단위 투자 해왔는데, 결국 경영권 매각?
타파스·래디시 등 '大 베팅' 성과는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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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투자 해왔는데, 결국 경영권 매각?
타파스·래디시 등 '大 베팅' 성과는 참담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