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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오너 3세 정경선 전무를 중심으로 세대교체와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서며 ‘실험적 경영’에 돌입했다. 보험업 경력이 전무하다시피한 오너 3세가 CEO를 갈아치우고, 주요 임원진을 외부 인물로 전면 교체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자 업계에선 “현대해상이 실험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건전성 지표 악화 속에서 이어지는 이같은 조직개편은 위험한 베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는 지난해 현대해상에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로 전격 합류한 지 1년 만에 회사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석현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하면서 실질적 ‘정경선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 대표는 1993년 입사 이후 자동차보험, 개인영업, 경영기획 등 전통적 보험업무를 두루 거쳤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사라기보다는 세대교체 명분 아래의 ‘정 전무 체제 구축’이라는 해석이 더 우세하다. 이 대표는 1969년생으로, 기존 조용일(1958년생), 이성재(1960년생) 대표보다 한참 젊다.
현대해상은 대표이사뿐 아니라 핵심 임원 라인도 대거 바꾸며 절반 이상을 외부 출신으로 채웠다. 기술지원부문장 김택수 전무(前 카카오 CPO), 디지털전략본부장 김성재(前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본부장 주준형(前 SK수펙스협의회), 정보보호책임자 서홍원(前 넷마블·엔씨소프트), 지속가능실 강명관 상무(컨설팅 출신) 등 IT, 제조, 컨설팅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면면을 보면 보험과는 무관한 ‘비(非)금융’ 출신이 대부분이다.
정 전무는 입사 전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를 운영하며 소셜벤처 투자에 주력해온 인물이다. 대표 프로젝트인 ‘헤이그라운드’는 스타트업 공유공간으로, 보험업과는 거리가 먼 세계다. ESG·임팩트 투자 경험은 물론 의미 있는 자산이지만, 복잡한 재무구조와 리스크 기반의 보험 비즈니스와 접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인사, 전략, 신사업, 커뮤니케이션까지 회사 전 영역에 손을 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과 1년만에 조직개편을 통해 정 전무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해상의 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대해상 기본자본 비율은 57.5%로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관리 기준(50~70%)의 하단에 겨우 걸쳐 있다. 이 비율은 단순히 채권 발행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로 조달한 자금은 기본자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증자 또는 이익잉여금 쌓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
현대해상은 한화생명처럼 대기업 그룹의 자금지원도, 금융지주 계열의 자본 여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즉, 정경선 전무가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오너로서 ‘사재를 털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과 실험 이전에, 당장 자본건전성부터 책임져야 할 판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과 비교된다. 김 사장도 입사 초기엔 디지털 혁신에 집중했지만, 결국 보험업의 본질인 영업채널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핀테크, AI, 플랫폼 외치던 오너들도 결국 ‘보험은 사람 장사’라는 현실 앞에서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다.
과거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그는 보험업 진출 당시 디지털 혁신을 내세웠지만, 결국 보험사업을 철수하며 실패를 경험했다. 보험업계 특유의 규제, 리스크 관리, 장기 계약 구조는 ‘스타트업식 사고’로는 풀 수 없는 벽이라는 얘기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경영은 감성과 스토리보다 숫자와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현재처럼 살얼음판 같은 건전성 국면에서 실험적인 인사로 조직을 흔드는 건 위험한 승부수”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이에 대해 “인사와 관련해 따로 드릴 말은 없다“라고 말했다.
정 전무, 지난해 1월 CSO로 합류
대표이사 교체 등 물갈이 인사 단행
외부인사 영입 통해서 변화 시도하지만
건전성 우려 등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인사, 조직 흔들기 반발 나와
대표이사 교체 등 물갈이 인사 단행
외부인사 영입 통해서 변화 시도하지만
건전성 우려 등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인사, 조직 흔들기 반발 나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