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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작년에도 M&A 시장 침체 여파로 투자회수에 애를 먹었다. 2023년 좋은 성과를 냈던 일부 운용사는 수입이 수백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대규모 성과보수를 챙기기 어려워진 가운데 부족한 살림 자금은 PEF에서 나오는 관리보수로 충당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올해도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터라 관리보수를 챙기기 위한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작년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합해 685억원을 수령했다. 전년(802억원)에 비해 15%가량 줄었다. 2023년엔 대경오앤티 등을 매각하며 성과보수로 252억원을 챙겼는데, 굵직한 회수 성과가 없었던 작년엔 6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조원대 '스틱오퍼튜니티제삼호' PEF의 운용이 본격화하며 관리보수는 소폭 늘었다. 스틱은 작년 효성네오켐, 올해 SK에코플랜트 환경 사업 등 대형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IMM PE도 2조원대 'IMM로즈골드5' PEF 운용 성과가 나고 있다. 2023년 해당 PEF에서 관리보수 183억원을 받았는데, 작년엔 에코비트와 UTK 등에 투자하면서 317억원까지 늘었다. 2023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에 이어 작년 제뉴원사이언스 회수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4호 블라인드펀드의 포트폴리오인데 이 PEF에선 2023년엔 42억원, 작년엔 22억원의 배당수익이 발생했다. 올해 교보생명 회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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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는 작년 페트라9호 PEF, 벤처투자조합 등을 결성했고 올해도 1조5000억원 규모 10호인프라펀드 결성에 나섰다. 작년 에코비트를 인수했고, 베트남 마산그룹 회수를 완료했다. 블라인드펀드에서 안정적 관리보수가 나오는 가운데, 성과보수는 주로 벤처투자조합에서 발생했다. IMM PE와 투자했던 현대LNG해운 회수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글랜우드PE는 작년 443억원의 운용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PI첨단소재를 매각한 2023년(896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CJ올리브영 회수에 성공하면서 두 해 연속 두둑한 수수료를 챙겼다. SK피유코어, 테크로스환경서비스 등은 투자 초기라 가까운 시일에 회수에 나서긴 어렵다. 조단위 3호 블라인드펀드 결성 작업이 완료되면 매년 쏠쏠한 관리보수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역시 꾸준한 PEF 결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 130억원이던 수수료 수입은 2023년 219억원을 거쳐 작년 367억원까지 늘었다. '스카이레이크 신성장 바이아웃 6호' PEF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 2018년 인수 후 회수가 늦어졌던 자동차 부품사 KDA를 작년에 팔았다.
IMM크레딧앤솔루션은 작년 수입이 2023년보다 두 배 늘었다. 삼성생명에 투자했던 '아이엠엠롱텀솔루션' PEF에서 140억원 가까운 성과보수가 발생한 영향이 컸다. 2023년 별다른 회수 성과가 없었던 JKL파트너스는 작년 티웨이항공 회수에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보수를 챙겼다.
작년 초만 해도 투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지난달 삼일PwC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M&A 거래 건수는 2023년 대비 2% 줄었고, 거래 금액은 30% 늘었다. 글로벌 시장(거래 건수 -18%, +금액 5%)에 비해 양호했으니 예측이 틀렸다 보긴 어렵다.
그러나 국내 PEF들은 온기를 느끼지 못한 분위기다. 매각자의 기대치는 높았고, 자산을 받아줘야 할 기업들은 지갑을 닫았다. 회수 거래 상당 수가 PEF간의 손바꿈이다 보니 눈이 번쩍 뜨일 수익률을 내긴 어려웠다.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면서, 큰 사고를 내지 않는 선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안전주의 경향이 강해졌다.
성과보수로 잔치를 벌이기 어려워지면서 관리보수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굴지의 대형 운용사들도 미리 조단위 PEF를 꾸려두지 않았다면 살림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UCK파트너스, 어펄마캐피탈, 케이스톤파트너스 등도 굵직한 PEF를 결성해둔 덕에 수입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이런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은 관세 전쟁 위기감이 커졌고, 국내는 대통령 선거 준비로 어수선하다. 금융사의 PEF 출자는 줄었는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사태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늘었다. 파고가 잠잠해질 때까지 버틸 체력이 필요한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침체하고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해지면서 성과보수로 큰 돈을 버는 사례는 찾기 어려워졌다"며 "불확실한 회수 성과에 목을 매느니 PEF 규모를 키워 안정적으로 관리보수를 챙기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도 M&A 시장 침체 이어가
스틱·IMM 등 수백억원 벌었지만
회수 부진에 성과보수 잔치 옛말
PEF서 받는 관리보수 중요성 커져
대규모 PEF 결성 경쟁 심화할 듯
스틱·IMM 등 수백억원 벌었지만
회수 부진에 성과보수 잔치 옛말
PEF서 받는 관리보수 중요성 커져
대규모 PEF 결성 경쟁 심화할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