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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입과 손에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이 춤을 추는 형국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글로벌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갔고, 한국 기업들 역시 혼란에 빠졌다. 한편에선 트럼프의 변덕에 관세 강도가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글로벌 증시는 '패닉셀'에 빠졌다. 그리곤 중국을 제외한, '관세 90일 유예' 발표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다만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관세 협상이 실제로 어떤 진전을 이룰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하는 점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변화하는 미국의 관세율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상호관세 90일 유예는 협상 시간을 확보했단 긍정적 해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90일 유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은 최소한의 숨 고르기 시간을 벌었다"며 "당장의 충격은 피할 수 있게 된 만큼, 기업들로서도 향후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탄핵 이슈가 지나가 숨통이 트이려던 시점에 관세 폭탄이 터졌다"며 "관세 영향 앞에서는 다른 경영전략이 의미가 없다. 지금은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90일 유예는 그만큼의 불확실성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M&A 시장도 관세 여파로 인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모두 딜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금은 딜을 논할 시점이 아니고,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거래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적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딜을 추진하려던 기업들도 당분간은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관세 부과로 자금 흐름이 막히면 당장 인수 자금 조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된 품목조차도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몰라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을 유보하는 분위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수출품 가격을 선정하는 데에도 변수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감사 담당 직원은 "TAX(세금) 부서, 특히 이전가격팀은 최근 관세 변수 때문에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며 "관세율과 발효 시점이 수시로 바뀌고, 그에 따라 환율도 출렁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데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세율이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미 국채 시장 위기가 진정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인상되는 것을 보고 증시 변동성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동안 강하게 밀어붙였던 고율 관세 기조는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철강 업종에서도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조심스레 잇따른다. 두 산업은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어, 이번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와는 별개로 여전히 관세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 자동차업 담당 연구원은 "자동차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의 주요 우방국이고, 미국 완성차 업계 역시 관세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아도 관세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회사는 9일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현재 발표된 관세율이 최종 확정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25% 관세율을 기반으로 장기 운영 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있으며, 관세 수준이 협상을 통해 명확해질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역시 유사한 기류다. 한 증권사 철강업 연구원은 "관세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상황이라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철강에 부과된 관세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철강사 실적은 결국 자동차나 건설 등 전방산업 회복에 달려 있다"며 "관세 자체보다도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초래될 수 있는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부진이 더 큰 우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반도체 등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자 일각에서 정책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정책에 후퇴가 없음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에 공급망을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주요 소재와 부품은 여전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기본관세 10%에 중국산 전자제품 20%의 추가관세 만으로도 한국의 반도체 업계에는 부담이다. 여기에 반도체에 대한 특별 관세가 시행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美中 관세 전쟁 속 기업들 '전략 보류'
딜 시장도 얼어붙어…M&A까지 직격탄
잦은 정책 변화에 관세 조정 기대감도
자동차·철강, 협상 여지 있다고 내다봐
반도체·전자제품, 美 압박에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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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4일 10: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