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주관 수수료' 등장에 흔들린 '불문율'…IPO 시장도 '전쟁' 시작?
입력 25.04.18 07:00
취재노트
달바글로벌 수수료 '0.8%'…최대 수수료 6억원
"1%는 불문율"…경쟁 심화에 수수료 인하 압박
예외?선례?…업계선 '수수료 전쟁' 번질까 우려
  •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 단독 주관에 0.8% 수준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사례가 등장했다. 안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업계의 '불문율'로 여겨졌던 코스피 수수료율 1% 선이 흔들리자 업계에서는 수수료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달바글로벌은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과 맺은 계약에서 기본 수수료율을 0.8%로 책정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으로 공모금액은 약 356억원이며, 이때 증권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약 2억9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확정되고 성과 수수료(0.8%)가 추가 반영되더라도 총 수수료는 약 6억9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최근 5년간 해당 증권사가 주관한 코스피 IPO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수수료율이 0.8% 이하로 책정된 사례는 5개 증권사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한 2019년 HD현대에너지솔루션 정도다. 

    증권 업계에서는 '코스피 상장 주관 시 수수료율은 1% 이상'이라는 관행이 암묵적 기준으로 적용돼왔다. 2017년 전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공모 규모 4000~5000억원 이상 IPO의 경우 대부분 1% 전후, 그 이하는 평균 1~3% 수준에서 수수료가 형성돼 왔다. 낮은 비율로도 주관사가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모 규모가 클수록 수수료율이 낮게 책정된다. 

    달바글로벌의 경우, 공모 구조 확정 과정에서 공모 주식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수수료율에는 변동이 없었다. 달바글로벌은 당초 공모 예정이던 127만주를 65만4000주로 축소했고, 수수료율은 0.8%을 유지했다. 

    물론 이번 사례를 일반화해 앞서 우려하긴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상장 주관을 맡으면 이후에도 여러 면에서 파트너쉽을 구축해나가는 경우가 다수기 때문에 전략적인 차원의 수수료 인하라는 관점도 제시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특정 상장 기업의 수수료율 하나로 산업 생태계를 단정할 순 없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예외'가 아닌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치킨게임'식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는 사례를 고려하면,  안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IPO 업계에서도 주관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TF 시장에서도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며 수수료 인하가 투자자 이익을 넘어서 업계 수익성을 위협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바다. 대표 상품의 보수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대신, 테마형 ETF 등 일부 상품의 보수를 올리거나 상품 간 내부 교차 보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단기적인 주관 경쟁 논리에 밀려 일반적인 수수료 수준이 무너지면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IPO 관계자는 "기업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돌리면, 사실상 증권사가 차별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수수료율"이라며 "조직 역량이 아닌 가격 경쟁으로 흐르면 결국 산업 전반에 구조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