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크레딧 애널들이 지점으로 향하는 이유는?
입력 25.04.21 07:00
취재노트
PB 대상 스터디부터 고객 대상 세미나까지 다양
WM 강화 전략, 변동성 큰 시장상황, 늘어난 채권 투자 등 이유로 지목돼
수도권·지방 등 특정 지역 쏠림 없이 세미나 개최
최근 금리 인하로 국고채 장기물 수요 많아져
  • 최근 증권사 지점으로 향하는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발걸음이 늘어난 모습이다. 크레딧 세미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찾는 고객이나 지점들이 늘어나면서다. 

    세미나는 일반적으로 시황이나 향후 금리 방향성, 스프레드 전망 등 시장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식 종목 분석이나 유망 섹터 발굴 등과 비교하면 지루한 주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지점의 PB(Private Banker) 대상 스터디부터 고액자산가나 기관 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크레딧 세미나가 늘어난 이유로는 먼저 증권사들의 WM(Wealth Management) 부문 강화 전략이 꼽힌다. 각 증권사마다 WM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고액자산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크레딧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리서치 부서의 지점 세미나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 사이에서 WM 부문을 키우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리서치 부서는 일반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부서는 아니다보니 이와 관련해 지점에서 설명회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주식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세미나도 기업분석팀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하는 편"이라면서도 "최근 채권 투자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크레딧 세미나 수요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변동성이 높은 시장상황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미국의 관세 문제 등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관심이 많고, 홈플러스 사태 등도 이어지며 국내외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조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작년부터 조금씩 기준금리 인상 종료 및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마지막 고금리를 잡기 위한 채권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련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STB),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을 리테일로 많이 판매한 중·대형 증권사의 지점들을 중심으로 크레딧 설명회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관련 채권을 많이 판매한 지점들은 홈플러스 대응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면서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에게 직접 지점에 와서 등급체계 등을 설명해달라는 지점장들의 요청이 쇄도해 출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세미나 수요는 상대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특별히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은 애널리스트들이 하루 일정을 빼고 내려가야하는 만큼 요청하는 쪽에서도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인원을 모아 진행하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며 채권 투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의 수요가 더 많아졌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방은 주로 신협 등 금고 고객들이 많다"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지역의 금고 고객들은 부동산 대출 대신 채권에 자금을 투자하는 중이라 크레딧 세미나 수요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채 등 국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 편이며, 최근 금리 인하로 국고채 장기물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많이 내려오다보니 크레딧 채권은 작년에 비해 관심도, 잔고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