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매각중인 SK에코플랜트의 고민…환경산업은 시각차, 해상풍력은 무관심
입력 25.04.21 07:00
IPO 앞두고 재무부담 줄여야하는 SK에코
환경사업은 가격 기대치 간극이 '걸림돌'
SK오션플랜트는 인수 후보 확보부터 난항
패키지 전략 무산, HD현대·한화는 미온적
  •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리뉴원·리뉴어스 등 환경자회사는 원매자와의 가격 기대치 차이가 크고, 해상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트는 인수 후보들의 관심도가 낮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 해상풍력 및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는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4년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33%에 달한다. 이는 IPO 심사 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두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시 재무건전성을 중요하게 살피는데, 자회사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상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리뉴원과 리뉴어스 매각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초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 중간지주격 회사인 리뉴원 지분 100%와 리뉴어스 지분 75% 전량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고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올렸다. 칼라일그룹도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양측간 매각 가격에 대한 기대치 차이가 크다. SK에코플랜트 측은 환경사업에 대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2배 수준인 2조원을 소폭 상회하는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으나, 인수 후보들은 7~8배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SK측 희망가와 실제 인수 가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측 내부 검토 결과 멀티플 12배 수준은 리턴(수익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최대 8배 정도라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원하는 PEF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특수선 건조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인수 후보들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 지분(37.6%)에 프리미엄을 더해 약 5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기대하고 있으나,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는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의 참여 열기는 높지 않다. 

    2024년부터 진행된 대규모 신야드 투자(약 9550억원)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오션플랜트의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오는 2026년까지 4배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그나마 SK오션플랜트에서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부문은 함정 관련 특수선 제조 사업이지만, 해당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오션플랜트의 연간 선박 건조능력은 약 29만톤으로,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대비 부족한 상황이다. SK오션플랜트는 올해 초 진행된 울산급 배치 호위함 입찰전에서도 생산 능력 한계로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 SK오션플랜트의 특수선 제조사업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정부 발주에 의존하는 구조상 단가 협상력이 낮고,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자재 비중이 커 원가율이 높다. 또한 발주 타이밍이 장기 사이클로 돌아가는 만큼 실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략적투자자(SI)로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정도가 거론되지만 일부 회사들은 SK측에 이미 참여 의사가 없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조선소 자체 인수에 집중할 계획이며, 현재로서는 한화오션만이 잠재적 인수자로 남아있다. 한화 역시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다른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SK오션플랜트 매각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는 울산함 수주 실적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기술력보다 저가 수주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며 "특수선 사업은 제작할수록 적자 구조인 데다 현금흐름도 원활하지 않아 SI에게도 매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 자회사와 SK오션플랜트를 '패키지 딜'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측이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들에 두 사업부를 함께 인수할 경우 가산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환경사업에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에코플랜트로서는 환경사업부와 해상풍력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각 사업부별 매력도와 가격 기대치 간 격차가 커 매각 시기와 조건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