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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큰손 기관투자가인 연기금과 공제회가 최근 국내보다 해외에서 부동산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기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해외의 상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미 금리차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대출도 지분(에쿼티) 투자도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최근 미국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타운센드그룹과 함께 호주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메트릭스크레딧파트너스 지분 4.17%를 인수하기로 했다. 메트릭스크레딧은 호주 및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다. 이번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국민연금은 호주 현지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 투자 집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비단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보다 해외에 부동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최근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운용사들과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초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추진했던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매각이 무산되며 사실상 CBD(중심업무지구)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GBD(강남)도 일부 프라임급 오피스를 제외하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급 오피스를 제외하면, 공실률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CBD는 연기금과 공제회를 중심으로 한 투자가 사실상 끊긴 지 오래"라며 "GBD의 경우 프라임급 오피스를 중심으로 거래가 있긴 하지만, 투자 목적보다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가 크고 그 이하 매물에서는 일부 공실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데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차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2.75%인데 반해 미국은 4.50%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금리는 이보다 더 크게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부동산 대출(PD·Private Debt) 분야에서 국내는 금리 메리트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국내는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탓에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섣불리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지만 해외는 여전히 대출만으로도 기준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국내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현재 국내 CBD 지역의 캡레이트(자본 환원률)는 3% 대고, GBB도 4%대 초반인데 이 정도 수익률은 기관으로서는 투자하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은 아직 기준금리가 국내만큼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 보니 사모대출(PD)만으로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측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보통주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는 우선주 투자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한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에쿼티보다 대출을 선호했지만,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에쿼티 투자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행정공제회는 지난 7월 코람코자산신탁이 조성하는 '코람코 오피스우선주제1호치스'에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한 데 이어, 최근 1500억원의 추가 약정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 매력도가 내려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우선주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최근 해외 운용사들은 국내 물류센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공급 과잉 이슈로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한동안 뜸해졌지만, 최근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국내 물류센터 임차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IRR(내부 수익률) 10% 이상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운용사들이 수도권 중심의 물류센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기관들의 경우, 여전히 물류센터에 대한 기피 분위기가 남아 있어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일 배송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국내보다 비전이 더 크다고 보고, 관련 투자를 집행하려는 분위기각 관측된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국내 물류센터의 경우 해외 운용사들의 관심이 많지만 국내 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있다는 분위기가 많다"라며 "외려 유럽의 경우 국내처럼 새벽배송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인식이 많다"라고 말했다.
韓, 이르면 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 예상
한미 금리차 더 벌어질 가능성 농후
부동산 대출만도 해외서 수익성 더 커
국내는 일부 우선주 투자 수요 정도만
한미 금리차 더 벌어질 가능성 농후
부동산 대출만도 해외서 수익성 더 커
국내는 일부 우선주 투자 수요 정도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