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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미국 첨단세액공제(AMPC)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조달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LG화학 역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담보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다시 검토 중이다. 공매도 금지 해제로 발행 여건은 마련됐지만, 미국 정책 리스크와 시장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발행 조건과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2차전지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2026년 예산부터 AMPC 보조금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다. 아직 최종 규모나 방식은 불투명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선 자금 확보 시점을 앞당기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엔솔 지분 81.4%를 보유한 LG화학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 3년간 공격적 투자로 재무 부담이 빠르게 불어난 상태다. 그동안 LG엔솔은 필요시 지분 활용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AMPC를 줄이려 들면 조달 카드로써 위력 역시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성장성의 근거였던 보조금 체계가 흔들리면서 LG화학의 조달 전략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LG화학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외국계 투자은행(IB)과 EB를 중심으로 여러 조달 방안을 논의해왔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의 경우 공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시점이나 규모 면에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고, 기관 수요와 별개로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상반기 중 결국 EB 발행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때마침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제도상 발행 여건도 회복한 상태다.
시선은 LG화학이 EB를 활용해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로 쏠리고 있다. 향후 LG화학의 재무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EB 발행 구조상 공매도 기능만 회복된 상태라면 실적, 주가 변동성과 무관하게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무리가 아닐 것"이라며 "결국 문제는 발행 조건인데 환율이나 시중금리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달러화 기반으로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해야 할텐데 이자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LG화학의 조달 수요가 최대 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 작업은 쉽지 않은데 자금 소요는 지속되면서 신용등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2년 전 발행한 E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기일도 돌아온다. 당시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20억달러(원화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이중 절반인 약 1조3000억원 규모 5년물 트렌치는 7월 18일부터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16일 LG엔솔 종가는 34만3500원으로 해당 EB의 교환가액 68만7500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EB의 차환은 물론 미중 관세전쟁 여파로 자산유동화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보조금 축소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LG화학이 미리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LG화학은 경쟁사들처럼 모회사 유상증자 등 수혈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개 드는 AMPC 축소 전망…조달 일정 앞당길 필요
LG화학, LG엔솔 지분 활용해 EB 추가 발행 나설 전망
자산유동화 쉽지 않고 오는 7월 기발행 EB 만기 도래
불확실성 속 발행조건 관심…최대 3조 필요성도 거론
LG화학, LG엔솔 지분 활용해 EB 추가 발행 나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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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 발행조건 관심…최대 3조 필요성도 거론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