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이자만 140억…셀트리온 신저가에 빚내서 자사주 사는 서정진 회장
입력 25.04.22 07:00
서 회장, 주식담보대출 3000억 규모
전년比 대출 늘었지만 셀트리온 주가는 신저가
자사주 매입 발표와 동시에 100억 추가 차입
최대 200% 담보유지비율도 아슬아슬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한다. 서 회장 개인 자격으로 출자하는 금액은 약 500억원,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계열사를 포함하면 총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추진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발(發)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에는 호재로 여겨졌던 생물보안법 도입이 답보 상태에 빠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미국 실적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가면역질환제품 짐펜트라(램시마SC)의 판매가 기존 목표치에 못미치고 있단 점도 배경이 됐다.

    회사는 서 회장 및 계열사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 됐고 경영진이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바이오 사업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지 않는 이상 주가의 반등이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서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들의 지분 매입이 주가 반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약 43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7000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했지만 주가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올해도 2500억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하고 8000억원 규모를 소각할 것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자사주 매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와 별개로, 서 회장 개인적으로 주가 부양과 주식 매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 회장은 현재 총 11곳의 금융기관(농협은행, 한국증권금융,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케이프투자증권, BNK투자증권)등으로부터 약 3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가장 최근 일으킨 대출은 이달 10일로, 교보증권으로부터 100억원을 신규로 차입했다. 서 회장은 현재 보유한 있는 셀트리온의 주식(약 3.8%)의 절반가량을 대출의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상장회사 오너들의 평균 주식담보대출 규모와 비교하면 높은 비중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4월19일) 기준 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약 2457억이었다. 1년새 500억원 이상 늘었다. 평균 이자율은 5.1%에서 4.8%로 낮아졌으나 평균 담보유지비율은 올해 10%포인트(p)가량 상승해 17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담보유지비율은 20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이 140~150%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3000억원에 평균 이자율 약 4.8%를 적용하면 서 회장은 한 해 이자 비용으로만 약 140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이 지난해 셀트리온으로부터 받은 보수(급여, 상여, 성과보수 포함)는 약 44억원, 배당금 약 60억원을 포함해도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더 크다.

    서 회장의 담보 대출의 사용처에 대해서 셀트리온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오너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주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게 일반적이다. 오너의 자금 소요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에게 현금 배당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단 기대감을 갖게할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의 성장에 대한 투자와 주주환원에 대한 균형이 전제가 돼야하기 때문에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하기엔 한계가 있단 평가다.

    셀트리온은 연일 지속하는 주가하락으로 인해 또 한번의 52주 신저가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서 회장의 주식담보유지비율을 지키는데도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단 평가다. 최대 200%의 담보유지비율은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가치가 빌린 자금의 규모보다 최소 2배 이상이 돼야한다는 의미로 현재는 일부 담보대출의 경우 유지 비율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포착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또는 오너의 지분의 경우 금융기관에서 유지비율보다 떨어졌다고 해서 당장 반대매매에 나서진 않지만, 일부 상환 또는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는 있다"며 "최근 서 회장과 계열사의 주식 매입이 일부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