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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ㆍ김동원ㆍ김동선 한화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돌고 돌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을 확보한다. 한화에어로의 초대형 유상증자에 대한 논란이 심화하자 주주배정 규모를 줄이겠다며 3자 배정 방식을 통해 한화에너지로부터 출자를 받기로 한 것이다.
수차례 구조변경과 논란을 거쳤으나 결론적으로 한화에너지와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 주식을 맞교환하는 모양새가 됐다. 즉 한바퀴 돌아서 오너 일가가 한화오션 지분을 준 대가로 한화에어로 주요 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그룹 승계 작업의 정점이 될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와 이를 위한 사세 확장이 필요하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를 통해 한화에너지, 즉 오너일가는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됐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취득한 한화오션 지분 대가 1조3000억원이 원상복귀하면서, 해당 자금이 대주주의 승계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원천적으로 해소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 “시장과의 약속을 준수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매도와 매수 시점이 상이한 1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이 과연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실상부한 그룹 내 가장 주목 받는 계열사다. 전 세계적인 방위산업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주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급상승 했고, 최근엔 영업이익이 8배 이상 차이나는 현대차의 시총마저 앞질렀다. 현재 주가는 약 83만원 수준이지만 최근엔 목표주가 130만원을 적시한 증권사 리포트도 등장했다. 대관식을 앞둔 김동관 부회장이 전권을 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의 중추란 점에 이견을 다는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화오션 역시 조선업의 호황 사이클을 맞아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는 기업임은 분명하다. 주가도 지난해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다. 길고 긴 저평가 기간을 지나 최근들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몸값이 크게 높아졌으나 경계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정체기에 들어섰다. 한화오션의 상승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도 강하기 때문에 변수는 늘 상존한다는 평가다. 사업적 변수 외에 주가의 측면에서도 동종업계 주가수익배율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고평가 구간에 들어서 있단 점은 한화오션의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화오션의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현 주가 대비 최대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 에어로스페이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게 사실이다. 게다가 한화오션 지분 가치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이는 또 에어로스페이스는 직접적인 수혜가 된다. .
배당에도 차이가 크다.
한화오션은 10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았다.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년간 배당금을 3배 이상 늘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실시하는 기업이다. 앞으로도 환원의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화에너지 혹은 오너 일가 3형제로서는 한화오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보유하는 것의 이득이 크다는 의미다. 심지어 신주 인수를 확정한 당일 주가는 발행가액 대비 10% 상승했다.
한화그룹은 예정에 없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에어로스페이스 자금의 원상복귀’, ‘주주가치 제고’, ‘투자자 신뢰 강화’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론적으론 증자로 인한 수혜가 한화에너지, 즉 오너회사로 귀결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한화에너지가 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안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3자 배정 방식을 통해 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확보한다면 지분 희석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 지분과 에어로스페이스 지분 교환을 추진했더라도 기업가치와 할인율 논란 등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오너들의 구주 매출이 필요하다. 즉 IPO 시점까지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너지는 적지않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화 지분을 공개매수했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의 자사주까지 사들였다.
한화그룹은 책임경영과 시너지 제고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에서 이에 동의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은 김동관 부회장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은 한화그룹에서 추진되는 일련의 거래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역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업의 승계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과 배치되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또 이를 주주환원과 책임경영이란 명목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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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