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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분쟁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신 회장은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새로운 우군을 끌어들여 FI 자금을 상환하고 지배구조를 간결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1조원대 빚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재 회장이 이 차입금을 어떻게 갚느냐에 관심이 모이는데 지주사 전환도 하나의 해법으로 거론된다. 교보생명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신 회장의 차주 지위를 지주사가 넘겨받는 방식이다. 법인이 나서면 차입 부담을 유지하거나 시장에서 돈을 마련해 빚을 갚는 것이 용이해진다.
작년 12월 신창재 회장과 FI간 2차 중재는 FI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 투자 원금 이상으로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신 회장이 적극 움직이기 시작했다. FI와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한편, 증권사들의 도움을 받아 상환 전략을 짰다.
지난 2월 어펄마캐피탈이 보유 지분을 신한투자증권 등이 꾸린 특수목적회사(SPC)에 팔았다. 지난달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SBI홀딩스와 SPC에 지분을 매각했다. SBI홀딩스는 이달 캐나다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등의 지분을 인수했고, 코세어캐피탈은 SPC 대출금을 바탕으로 출자자(LP) 배당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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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가 어펄마캐피탈, GIC, 코세어캐피탈과 거래하기 위해 일으킨 대출금은 8600억원이다. 개인 자격으로는 신용도 평가나 대출 심사가 어렵기 때문에 SPC에 신창재 회장 보유지분 전체를 담보로 맡기고 SPC가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을 썼다. 향후 IMM PE와 EQT파트너스의 지분 인수까지 감안하면 대출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PC를 활용했다지만 사실상 신창재 회장 개인의 대출이다. 담보 여력이 충분하다 해도 오랜 기간 이런 차입 구조를 유지하긴 부담스럽다. SPC를 통한 대출 만기도 1년 수준으로 길지 않게 설정돼 있다. 새로운 우군 영입, 리파이낸싱 등 다양한 상환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도 그 중 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교보생명은 2023년 2월 이사회에서 인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혔다. 교보생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면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두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된다. 신 회장이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 하면 신 회장의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하고 핵심 담보 가치는 지주사로 넘어가게 된다.
지주사ㆍ사업회사 각각의 지분 모두 금융사들에 담보로 잡혀있는 터라 현물출자 과정에서 이 지분을 인수하면 채무자 지위도 인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을 대신해 신설 지주사가 채무자 지위 일부를 인수하게 되면 신 회장의 상환 부담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법인은 개인보다 대규모 차입금을 안기에 용이하다. 시장에서 자본성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을 갚을 수도 있다. 향후 지주사 상장(IPO)을 통해 SPC나 장기 투자자의 자금을 돌려주는 방안도 염두할 만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 차입금 상환 방안이 여러가지 검토되고 있는데 지주사 전환도 그 중 하나"라며 "지주사가 차입금을 안게 된다면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빚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은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출석자 의결권 3분의 2 이상, 총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과 우군의 지분을 감안하면 주주총회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시각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관련 문제에선 주주간 갈등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IMM PE와 EQT파트너스 쪽 투자금 상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도 지주사 전환 준비는 되어 있지만 그 시기는 잔여 FI 문제를 해결한 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개인부채'가 '회사'로 이전되는데 대한 법적 이슈는 없는지도 판단되어야 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급히 금융당국에 미리 판단을 요구하기에는 대통령 선거 국면인 만큼 시기적으로도 부담스럽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은 기존 주주간 갈등이 해소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움직임은 대선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사 차입 및 새 우군 영입 분주
신창재 회장 개인 자격으로 대규모 차입
차입금 상환 방안에 지주사 전환도 거론
지주가 차주 지위 승계, 자금 조달해 상환
지분율은 충분, 잔여 FI 문제 먼저 풀어야
신창재 회장 개인 자격으로 대규모 차입
차입금 상환 방안에 지주사 전환도 거론
지주가 차주 지위 승계, 자금 조달해 상환
지분율은 충분, 잔여 FI 문제 먼저 풀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