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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의 부동산 운용사 엠플러스자산운용의 대주주 변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군인공제회는 코발트인베스트먼트-VCM 컨소시엄을 최고점자 지위로 선정하고, 지분 70%를 넘기는 계약을 이달 말 체결할 예정이다. 총 기업가치는 약 6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으며, 잔여 지분 30%는 공제회가 보유한다.
시장에서는 해당 딜을 두고 구조와 가격 모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자가 자금을 수차례 기한 내 납입하지 못한 가운데, 매각 측은 유사 우선협상 지위를 유지하며 계약을 추진 중이다. 실적 변동성과 일부 부동산 자산의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거래 자체보다 구조와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엠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이 설립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2015년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 군인공제회 직속 자회사로 편입됐다. 공제회 출자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형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며, AUM(운용자산규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회사 수익 구조는 군공 중심의 블라인드 펀드 운용에 기반하고 있다. 펀드 자금 거의 대부분을 군공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는데, 평균 30~40bp 수준인 업계 관리보수 대비 엠플러스운용의 수수료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펀드 결성 여부에 따라 손익도 출렁인다. 실제로 펀드 결성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약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운용사 정리 수순에 돌입했고, 삼일Pw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수협중앙회, 지방금융지주 등 복수의 기관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두 발을 뺐다.
현재 최고점자 지위로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코발트인베스트먼트-VCM 컨소시엄은 마스턴투자운용 출신 인사들이 이끄는 독립계 운용사다. 정호석 사장, 조미성 부사장 등이 주요 인물로 컨소시엄은 70% 지분을 약 42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총 기업가치는 단순 PBR(순자산비율) 기준 2배 후반의 밸류에이션이다. 앞서 거래된 하이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 유사한 중소형 자산운용사(PBR 2배 이하)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펀드에 담긴 부동산 자산의 건전성에 비춰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창원 오피스텔, 광양 CGV(몰 오브 광양) 등 일부 자산은 부실 프로젝트로 분류되고 있다. 배당이 이뤄지지 않거나, 충당금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펀드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약 진행은 계속되고 있다. 컨소시엄은 3월 말 최고점자 지위를 통보받은 후 계약금 5%인 약 20억원을 납입하기로 했고, 4월 말 계약 체결 시 추가 5%를 납입할 예정이다.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잔금 90%를 납입하는 구조다. 하지만 자금 조달 지연으로 계약금 납입 기한이 두 차례 연장됐고, 현재 일정도 추가 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IB업계에 따르면 거래 구조상 매수자는 향후 잔여 지분에 대해 군공의 풋옵션(매도청구권)을 부담하게 된다. IRR 7% 복리 조건으로 30%의 지분을 추가 매수하게 되는 셈인데, 이례적인 옵션 구조라는 평가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향후 지분 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으면서도, 향후 책임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구도다. 이에 시장에서는 "가격은 높게, 책임은 낮게 가는 군공의 설계"라는 반응도 있다.
거래 타이밍과 정치적 해석도 배제할 수 없다. 현 군공 이사장인 정재관 예비역 육군 준장의 거취는 향후 정권 교체 여부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이 일정 수준 정무적 판단과도 연관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매각 추진 중인 엠플러스자산운용은 최근 대표이사 교체도 단행했다. 김영규 전 대표가 이달 말 퇴임 예정으로, 계약 체결 시점과 맞물리는 교체 시점 역시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군공 측은 "거래 관련 사항은 비밀유지확약 등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스턴 출신 컨소 계약금 납입 지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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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