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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기업금융 질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예고한 지 약 2주 가량이 지났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제도와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의 제도개선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자금의 운용규제 구조를 두고는 일부 이견이 있는 모양새다.
특히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로 조달한 자금을 일정 비율 이상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 리스크를 지나치게 증권사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크다. 해외와 달리 모험자본 투자처가 제한적인 국내에서는,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제도가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금리 왜곡 등 회사채 시장의 출혈 경쟁 부작용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발행어음과 IMA 운용자산 구성에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중 규정을 도입했다. 모험자본 비중을 늘리며, 부동산 투자 비중은 줄였다. 구체적으로 모험자본 비중은 2026년 10%에서 2028년까지 25%로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부동산 투자 비중은 현행 30%에서 2028년 10%까지 줄어든다.
모험자본의 범위에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벤처캐피탈(VC), 하이일드펀드 등이 포함된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투자의 규모뿐만 아니라 산업의 다양성과 투자 단계, 자금 조달 구조 등에서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모험자본의 대표격인 VC 투자 시장의 경우, 2023년 기준 국내는 약 8억4000만 달러인 데 반해 미국은 1706억 달러, 유럽은 620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인 국내와 달리 미국은 민간이 투자를 주도하다 보니, 투자 분야와 단계도 해외가 더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모험자본 투자 확대 방침과 관련한 증권가의 우려는 큰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는 해외와 달리 안정적인 모험자본 투자처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금이 한 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금이 몰릴 곳은 회사채 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나마 증권사 입장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채권인 까닭이다. 국내 IMA 사업 모델이 원금이 보장되는 형태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IMA는 자산운용 서비스 개념의 투자상품이라 원금이 보장되지 않지만, 국내 IMA는 원금 만기 보장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MA는 원금 지급 의무가 있는 상품인데,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은 증권사에만 리스크를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다 보니 우량 채권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회사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전통 IB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캡티브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금리 왜곡이 심화되며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을 받아갈 수 없게 되면서, 최근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가 의무화되면, 지금보다 시장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현재 '캡티브 영업' 관행을 들여다 보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계열사들의 회사채 매수 자체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힘들고, 금리를 낮게 써낸 것과 관련해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 역시 당국이 입증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제도가 실제 시행되기 까지에는 법안과 시행령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니, 업계에서는 추후 당국이 정책 조정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과 별개로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도, 현재 최악의 상황을 넘어서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금 악화시킬 우려가 있을 수 있다"라며 "아직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다 보니 당국에서도 증권사들과 계속 소통하며 세부적인 제도를 조정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발행어음·IMA 사업자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
2028년까지 모험자본 비중 25%까지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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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