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이던 SK스퀘어, 11번가 원매자 물색 나섰다…배경은 MBK·홈플러스 사태?
입력 25.04.28 07:00
경영권 매각 위해 인수후보 접촉중
홈플 사태에 국민연금 손실 가시권 들어오자
NPS 3800억 투자한 11번가 자금 회수도 관심
11월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 SK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의 처리 방안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SK그룹은 과거 콜옵션 포기 사태로 H&Q 등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을 빚으며 11번가 처리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들어 양측은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며 투자금 회수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측은 현재 11번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원매자를 물색중이다.

    11번가 매각은 2023년 SK스퀘어가 FI가 보유한 지분 약 20%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FI 주도로 시작됐다. 주관사(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를 통해 국내외 원매자와 접촉했는데 당시엔 SK그룹이 매각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한 원매자로 알리바바와 오아시스마켓 등이 거론됐었지만, 결국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치며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1번가 처리 방안에 대한 SK그룹의 태도가 다소 반전하기 시작한건 지난해 말부터다. 

    매끄럽지 못한 구조조정에 대한 문책으로 박성하 전 SK스퀘어 대표가 해임된 이후, 하형일 전 11번가 대표이사 겸 SK스퀘어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물러나면서 새로운 인사들이 FI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현재는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 송재승 CIO와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가 주도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가 11번가 처리에 속도를 내게 된 배경으로 연초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꼽힌다. 홈플러스 사태로 국민연금의 손실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11번가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 2018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500억원으로 평가한 FI가 약 5300억원을 투자할 당시, 국민연금은 이중 3800억원을 출자했다.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SK그룹이 투자를 받을 당시 제시했던 콜옵션이란 안전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원금 회수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3년 말, SK그룹은 콜옵션 포기라는 재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전례를 남기면서 수천억원의 국민연금 자금도 묶이는 상황이 됐다.

    홈플러스 사태와 더불어 11번가까지 투자금 손실이 확정된다면 MBK는 물론 SK그룹에 대한 외부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단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SK그룹은 원매자를 물색중이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할 경우엔 올해 11월 다시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 기간에 FI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 자금회수를 비롯해 올해 내에는 가시화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