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美 전기로 합작투자 레버리지 어디로?…지분구조 해석 분분
입력 25.04.30 07:00
현대제철-그룹 계열사-포스코 3자가 지분 나눠가지는 구조
포스코는 "지분법 회계 적용"…현대제철은 "아직 미정 상태"
'완성차 사업 지원용 투자' 우려 씻고 주도권 쥘 유인 있어도
종속 자회사면 실적 불확실성에 재무 부담은 현대제철 귀속
  •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미국 전기로 합작투자 구조에 시선이 모인다. 해볼 만한 도전이라 보는 측에서도 전례 없는 파트너십을 두고 사업 주도권과 재무 부담을 각기 얼마나 짊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투자비를 조달하는 문제보다는 현대제철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포스코의 최종 지분 구조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미국 자동차 강판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오는 2027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 발효 및 철강 산업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총 58억달러(원화 약 8조5000억원)를 들여 현지 전기로 신설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이제 막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터라 주주 간 협약을 거쳐 지배구조가 드러나기까지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투자가들은 이번 합작투자의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투자자 설명회(IR)를 통해 지분 투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겠다고 밝혔지만 명확한 구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철강 담당 한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자기자본 절반 이상을 부담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현대제철이 포함된 건지, 아니면 현대제철 몫은 별개인지, 또 어떤 계열사가 얼마나 참여할지 해석이 분분하다"라며 "핵심인 현대제철이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이나 재무 레버리지가 그룹 계열사에 비해 넉넉하지 않아서 주주 구성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24일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실적 발표회에서도 이에 대한 투자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투자의 주체가 현대자동차그룹이고, 포스코는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소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전기로 신설법인이 출범하면 포스코그룹에는 관계사로서 지분법 회계가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지 직접 진출 기회는 잡되 경영 책임은 물론 신설법인의 실적이나 재무 부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초기 단계인 만큼 주주 구성을 특정하지 못해 현대제철 연결 자회사로 편입 여부는 향후 소통하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미국 전기로 진출의 핵심 주체와 주도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선 그룹 완성차 사업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현대제철이 활용되는 것이냐, 아니면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그림이냐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라며 "현대제철이 관세나 수입할당(쿼터졔), 탄소저감 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전기로가 지어지는 2029년 이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종속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실적이나 부채비율 관리 등에서 그만큼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비 조달 문제보다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신설법인에서 발생하는 레버리지를 누가 감당하느냐의 문제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강의 투자 구조를 따져보면 현대제철 몫의 투자비를 마련하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총 투자비 8조5000억원 중 자기자본 50%(약 4조2500억원)의 일부를 담당할 예정인데, 1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2조3329억원으로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 연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조원 안팎인 만큼 전체 투자 기간 3~4년에 걸쳐 매년 수천억원을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부차입의 경우 이미 현지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나 국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논의 등이 이뤄지는 중으로 파악된다. 

    그룹 완성차 사업 지원에 활용된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급계약 등에서 독립성을 갖추려면 종속 자회사로 편입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룹이 주도한 기획에 최대 경쟁사 포스코가 뒤늦게 참여한 구조인 만큼 현대제철이 주도권을 쥐어야 할 유인도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향후 신설법인을 종속 자회사로 편입하면 대규모 투자와 부채가 모두 현대제철의 재무 지표에 반영된다. 일관제철소가 신설 가동돼 수익성을 갖추기까지 통상 1~2년 안팎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발생하는 적자도 연결 실적을 누를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두 개 기업의 합작법인(JV)도 아니고, 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3자 이상이 지분을 나눠가지는 구조여서 실질적인 지배 주체 없이 모두가 지분법으로 잡는 식으로 부담을 더는 방식도 가능은 할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브라질 현지 기업과 CSP제철소 공동경영에 나섰다가 각자 손실만 잔뜩 쌓였던 경우도 있어서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