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는 율촌 前대표, 태평양은 김앤장 팀…법무법인들 약점 보완하려 인력 쟁탈전
입력 25.04.30 07:00
화우, 기업자문 강화 위해 윤희웅 율촌 전 대표 영입
태평양은 김앤장 인프라팀, 광장은 중재전문가 영입
로펌들 중량급 인사 영입해 부족한 영역 보강 나서
영입 비용 증가 부담…실효성은 장기적으로 따져야
  • 대형 법무법인들의 인력 쟁탈전이 올해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영진들은 부족한 영역을 보강하고 더 많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중요 고객을 가진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빠르다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법률시장의 성장성이 정체한 상황이라 인력 영입의 실질 효과는 장기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법무법인 사이에서 윤희웅 전 율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의 화우 이적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대형 법무법인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대표급 변호사의 이동이다.

    윤희웅 변호사는 2001년부터 율촌에 몸담았고 2019년부터 공동 대표변호사를 맡았다. M&A 전문가로서 롯데, 한화, 사모펀드(PEF) 등 관련 거래들을 맡으며 율촌의 자문 역량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엔 연임에 성공하면서 3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율촌은 작년 10월 3인 대표 체제를 1인 대표 체제로 바꾸기로 하고 대표변호사 선거를 치렀다. 조직이 무겁다거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젊은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받아 들여졌다. 3인 대표 중 최동렬 변호사가 출마를 고사하면서 선거는 송무·조세(강석훈 총괄 대표변호사) 대 자문(윤희웅 대표변호사) 세대결 양상으로 이어졌다.

    선거 결과 강석훈 대표변호사가 단독 대표가 됐다. 윤희웅 변호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윤 변호사는 여러가지 계획을 모색하다가 화우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윤 변호사는 작년 화우의 M&A 전문가들을 영입했는데, 1년 만에 직접 화우로 넘어가게 됐다.

    화우는 지난 수년간 금융·규제 분야 성과를 바탕으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진정한 종합 법무법인으로 가려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M&A 등 자문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명수 대표변호사까지 적극 나서 윤희웅 변호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윤 변호사는 5월부터 화우로 출근한다. 

    화우는 세종의 류명현 외국변호사도 영입했다. 류 변호사는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KCC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 등 굵직한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전문성을 보여 왔다. 최근 수년간은 거래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자문 기회도 줄어들었다. 류 변호사는 이적을 고려하던 중 화우로 행선지를 정했다.

    시장의 관심은 화우가 자문 인력을 얼마나 더 보강하느냐로 모이고 있다. 대표급으로 영입한 윤희웅 변호사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려면 인적 구성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와 화우 모두 유수의 자문 변호사들에 영입 제안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명현 변호사는 과거 우방-율촌에서 윤희웅 변호사와 손을 맞춘 바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는 "화우가 M&A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인력 영입에 나서고 있다"며 "어느 정도 영입 여력이 있는지, 내부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최근 김앤장의 인프라 파이낸스팀(김건호·문준호 변호사, 한상호 전문위원)을 에너지·인프라그룹으로 영입했다. 팀의 수장인 김건호 변호사(34기)는 2005년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한 에너지·인프라 분야 전문가다. GTX-B, GTX-C 등 국내 인프라사업의 프로젝트금융 자문을 맡았고, 슈로더와 스톤피크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련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태평양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성장세는 완만하다.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으론 4년 연속 라이벌 광장에 밀리고 있다. 취약 부문을 보강하고 추가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력 영입에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엔 광장에서 선박, 인수금융, 항공기금융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광장은 3월 재커리 샤프(Zachary Sharpe) 변호사를 영입했다. 글로벌 로펌 존스데이(Jones Day) 싱가포르 사무소의 국제분쟁팀장을 역임한 국제중재 전문가다. 그는 HD현대중공업에서 5년간 조선, 인프라, 해양 설계 관련 분쟁을 수행하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장은 2024년 임성우 변호사(18기), 로버트 왁터 변호사 등 핵심 인력들이 세종으로 이적하며 중재 분야의 힘이 약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부원장을 역임한 박은영 변호사(20기)를 영입했고, 올해 재커리 변호사까지 영입하면서 다시 중재 전문가 진용을 갖추게 됐다.

    김앤장은 올해 초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의 M&A팀을 영입했다. 대표를 지낸 한상진 외국변호사를 비롯 임지원, 김재성, 안기원 변호사가 김앤장에 합류했다. 한상진 변호사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매각 등 굵직한 크로스보더 거래를 자문한 바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외국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법률자문 시장이 정체하면서 후한 보수를 지급하는 해외 고객과 일하거나, 크로스보더 거래를 많이 자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클리어리 팀은 자체적으론 한국에서 살림을 꾸리기 쉽지 않아 다른 둥지를 찾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김앤장 입장에선 귀한 외국변호사들을 영입했으니 서로 만족할 만하다.

    연말연초엔 해외 유수의 글로벌 로펌에서 실력을 다진 한 주니어 외국변호사가 한국으로 들어오겠다 하자 국내 대형 로펌들이 쟁탈전을 벌였다. 글로벌 로펌에서 받던 수입을 얼마나 챙겨주느냐가 핵심 변수였다. 한 곳은 원달러 환율 1000원, 다른 곳은 1300원, 또 다른 곳은 1400원 이상의 시가를 반영해주겠다며 때아닌 '환율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력있는 팀이나 외국변호사는 대부분 고객도 함께 달고 오니 영입과 동시에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당장의 높은 영입 패키지를 감수하고라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영입 후에도 실적을 유지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영입의 득실은 수년에 걸쳐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실적 좋은 인력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수년전 공격적인 조건에 영입했던 인사들의 '보장 기간'이 끝나가는 구간이라 다시 대형 법무법인간 인력 이동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는 "젊고 일 잘하는 파트너들은 기존 기득권자에 밀려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조건만 오면 언제든 이동하려 한다"며 "수년전 각 펌에서 공격적으로 영입한 인력들의 계약 보장 기간도 끝나가고 있어 인력 이동 흐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