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M&A 실탄 마련…"모바일 벤처기업 인수 적극"
日 카카쿠닷컴, 2008년 이후 연 20% 이상 성장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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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5월2일 10:52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m.com)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www.enuri.com) 인수를 완료한 보고펀드가 에누리닷컴을 통해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한다. 에누리닷컴에 쌓여 있는 현금 외에 100억원가량의 크레디트라인을 확보했으며 추가로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실탄 확보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고펀드는 에누리닷컴의 성장전략을 모바일 대응 강화, 소셜커머스 가격 비교, 해외직접구매(직구) 서비스 등으로 구체화하고, 전략 실행 방안으로 M&A를 준비하고 있다. 에누리닷컴을 일본의 가격비교사이트인 카카쿠닷컴(Kakaku.com) 못지 않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 모바일 서비스 강화…"소셜커머스에서 해외직구까지"
에누리닷컴은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다. 성장은 정체 상태다. 2004년 매출액 50억원에서 2007년 108억원, 2009년 151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70억원대에 머물렀다.
보고펀드가 에누리닷컴 인수를 추진한다고 하자 '영업이익율은 높지만 성장이 정체된 회사를 어떻게 키우려고 하는 것인가' 또는 '네이버 지식쇼핑, 다나와 등이 있는데 에누리닷컴을 왜 인수하지'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보고펀드의 생각은 달랐다. 성장 정체가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정체 원인을 찾은 이상, 해결책도 바로 보였다. 네이버 지식쇼핑의 시장 진입에 따른 위협은 어느 정도 대처를 하고 있었고 그동안의 매출 유지와 이익률를 통해 증명된 부분이기도 했다.
이철민 보고펀드 부대표는 "일본의 가격비교사이트 카카쿠닷컴이 2008년 이후 4배가량 성장했는데, 에누리닷컴은 제자리 수준이었던 이유는 웹에서 모바일로 바뀐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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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닷컴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지만 이용자 유인 등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바일앱 이용자 비율이 웹버전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다. 카카쿠닷컴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기준 모바일 이용자 비율이 50%에 달했다. 모바일 이용자의 경우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에누리닷컴은 이와 관련한 가격비교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소셜커머스 가격비교 또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는 옐로모바일이 쿠폰모아·쿠차·국민쿠폰을 인수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외 직구 서비스도 성장전략으로 택했다. 아마존이나 라쿠텐 등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해외 직구 사이트의 전략 판매상품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가격비교서비스는 아니지만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11번가의 쇼킹딜. G마켓의 G9등이 대표적인 큐레이션 커머스이다. 이같은 서비스는 비목적성 사용자들의 구매를 유발하기 위한 차원이다.
◇ 300억 실탄 마련…벤처기업 M&A 나선다
보고펀드는 에누리닷컴의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 모바일 기업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재 에누리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단기투자증권 포함)은 지난해말 기준 147억원. 금융권으로부터 100억원의 크레디트라인도 확보했다. 증자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 300억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부대표는 "그간 하지 않았던 사업 외에 모바일 부분에서 좋은 회사들이 나오면 에누리닷컴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직구 서비스의 경우, 향후에는 배송대행 서비스까지도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 M&A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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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을 바탕으로한 서비스 확대를 통해 에누리닷컴 이용자들의 연령층과 이용자를 끌어 모을 계획이다. 현재 에누리닷컴의 주요 이용자 약 200만명. 대부분이 30~40대로, 20대 당시 에누리닷컴 이용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결과이다. 카카쿠닷컴의 경우 20~50대까지 이용층이 다양하며 월간 이용자수가 4500만명에 달한다.
가격비교서비스 제품에도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현재 에누리닷컴은 PC와 가전 등의 매출이 60%, 소비재 부문이 40% 정도이다. 아웃도어 비교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재 부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에누리닷컴의 경영진은 가격비교사이트 경영 경험이 있는 최문석 전 이베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최 전 부사장이 CEO를 맡고, 이베이 출신의 임원 2명을 영입했다. 최 사장은 어바웃닷컴 서비스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가격비교사이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수 과정에서 보고펀드는 카카쿠닷컴을 방문해 회사 경영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투자 회수 방안은 재매각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한 전략적투자자들은 에누리닷컴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잇는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고, 재무적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에누리닷컴 인수는 보고펀드의 2호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2호펀드에는 광학기자재를 생산하는 삼양옵틱스, 패스트푸드업체 버거킹 등이 편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