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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5월 14일 11:15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최근 1년 사이 업무용빌딩 매각 작업이 진행됐지만 거래가 지연되거나 매각을 완료하지 못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거래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형성된 가격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사옥을 매각한 삼환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환기업은 작년 7월 퍼시픽투자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퍼시픽운용이 제시한 매입가격은 1500억원 수준. 금이 필요한 삼환기업엔 매력적이었다. 삼환기업은 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해 투자 2년 동안 공실이 없을 때의 임대료를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임대료가 들어온다고 해도 매입가격이 높아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환기업은 매각 작업이 더뎌지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하나자산운용에 넘겼고 지난해 말 거래가 완료됐다. 하나운용의 매입가격은 1350억원으로 퍼시픽운용보다 150억원 낮았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중구 남대문로 LG유플러스 사옥은 지난 3월 매각이 무산됐다. JR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였다. JR운용은 3.3㎡당 1600만원대의 가격을 써냈다. 당시 LG유플러스가 2015년 사옥을 옮기면서 100% 공실이 발생한다는 위험을 반영, 적정가격이 3.3㎡당 1500만원으로 거론됐다. 결국 JR운용은 투자자모집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생명의 강남구 대치동 사옥 역시 하나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가격 문제로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업무용빌딩 가격이 적정 가격보다 오르는 원인은 매각 주관사 및 자산운용사의 과다 경쟁이다. 일감은 부족한데 경쟁자는 많다. 주관사 후보들은 매도자에게 서로 높은 가격을 받아 주겠다며 싸운다. 자산운용사들은 일단 높은 가격을 써낸다.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 가격을 낮추는 것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의 문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고 비싸게 사겠다는곳을 제쳐놓고 적정가격을 제시한 곳을 선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관계자는“국내 투자자는 정해져 있는데 그 투자자의 자금을 두고 자산운용사끼리 가격을 올리고 있다”라며“건물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에게 중개인이 더 비싼 가격에 사라고 부추기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매도자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업무용빌딩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중구 을지로 파인애비뉴 A동ㆍ강남구 역삼동 PCA타워 등 매각을 완료한 사례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파인애비뉴 A동은 국내 자금과 성격이 다른 아제르바이잔 오일머니가 매입했고, PCA타워는 개인투자자가 매입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거래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파인애비뉴 B동 역시 매도자가 300억원 규모의 보통주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실질거래 금액은 표면적인 금액보다 낮다.
SK네트웍스의 강남구 대치동 업무용빌딩이 매도자의 희망 매각 가격이 높아 거래가 지연되고 있는 사례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한국토지신탁과 MOU를 체결했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고 최근 이지스자산운용과 다시 MOU를 맺었다. SK네트웍스는 3.3㎡당 2000만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매도자가 원하는 매각가격이 이미 높은데 입찰 과정에서 그 가격은 더올라가 결국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무의미한 경쟁을 피해 수의 계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적정 보수를 받을 수 있고 무리한 가격 올리기가 없어 거래종결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중구 서소문로 디오센터빌딩과 센트럴플레이스빌딩 매각이 좋은 예다. 블랙스톤은 금융위기 전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통해 해당 건물을 매입했으며 지난 4월 말 KB자산운용에 매각을 완료했다.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해 거래가 종료되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 거래 종결 능력을 갖춘 자산운용사과 적정 가격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입력 2014.05.15 09:09|수정 2014.05.15 09:09
주관사 과당 경쟁·매도자 눈높이 상승으로 가격 높아진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