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 매각, 본입찰 이후 제2라운드 가능성?
입력 2014.05.16 10:17|수정 2014.05.16 10:17
    후보들 실사결과 보고받아…우려사항 다수 제기
    어느 한 후보도 '유력'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LIG손보 대주주들의 복심이 관건…본게임은 본입찰 이후
    • [본 콘텐츠는 5월 16일 22:15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LIG손해보험 매각이 19일 본입찰만을 앞두고 있다.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충격에 비해 지금은 관심이 시들해진 게 사실이다.

      초기부터 제기됐던 매각의 '난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탓이다.

      본입찰의 관심사는 딱 하나로 귀결된다. "LIG손보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가격을 지르는(?) 후보가 나올 것이냐"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볼 때는 롯데도, KB도, 동양생명-보고펀드도 선뜻 떠오르는 후보가 못된다.

      ◇현재 진척상황은? "보고를 받아보니..."

      인수후보들은 각기 고용한 어드바이저와 회계법인을 통해 LIG손보에 대한 평가와 실사(Due Diligence) 관련 보고를 다 받은 상황이다.

      이들이 LIG손보에 대해 내린 판단들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단 "실사를 하면 할수록 우려 사항이 많이 보인다"는 게 그것이다. "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아 걱정스럽다"는 평가도 많았다. 자동차보험이 중심인 산업구조로는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금 투자(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오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을 내려면 자연스레 위험자산 집중 투자가 불가피해진다. LIG손보에서 손실가능성이 있는 자산이 꽤 보인다는 의미다.

      "일반보험 부문에서는 LG계열사 물량이 적지않다보니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해당부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수후보들, 면면을 따져보면 '고민 한가득'

      인수후보들 가운데 자금력이나 인수 시너지만 놓고 보면 단연 '롯데'가 1위다. 하지만 시가 3700억원(19.8% 기준)의 주식을 6000억원에 사달라고 하는데, 제 아무리 롯데라도 이 가격을 맞춰줄지는 미지수다. LIG손보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는 별개 문제다.

    • KB금융지주는 '이사회의 높은 벽'이 항상 고민이다. ING생명 인수도 내팽겨쳤던 KB 이사회가 LIG손보 주주들이 바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선뜻 승인할 것이라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구속력은 없었지만(Non Binding) 예비입찰에서도 KB금융이 써낸 낮은 가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양생명-보고펀드의 경우, 보험업법상 출자한도와 지급여력비율(RBC) 보강을 위한 증자가능성을 감안하면 LIG손보 인수를 시도하려면 거의 동양생명의 운명을 걸어야 할 수준이다. 그렇다고 동양생명과 LIG손보의 궁합이 보고펀드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동양생명 투자금 회수를 보장해 줄지도 미지수다.

      나머지 후보들은 아예 언급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와 컨소시엄 구성이 가장 현명하다고 영리하게 판단했으나 일단 무산되자 현재 시들해졌다.

      자베즈파트너스가 높은 인수가격을 제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고 가정할 경우. 전주(錢主)인 새마을금고의 경영진들이 실무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규모 현금을 출자해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회사 측이 스스로 밝힌대로 새마을금고는 보험업법상 보험사를 직접 인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조항이나 법이 없다보니 보험사의 대주주(10%이상 주주)가 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마을금고는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에 투자할 때도 펀드(PEF) 약정액의 30%에 못미치는 400억원 가량만 제공했다.

      중국 푸싱그룹은 시장에서 잘 거론되지 않는다. 한때 UBS등이 인수자문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작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중국의 대형 금융사가 수천억원을 들여 한국의 '먹잘것 없는' 손해보험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한국의 손해보험 시장에서는 내로라하는 미국계 글로벌 보험사들도 헤맨 역사가 있다. 여기에 가칭 중국 '푸싱손해보험'이 출범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먹힐지 의문이다.

      기술적으로만 따져봐도 푸싱그룹의 인수를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부담을 무릅쓰고 중국 민간기업의 대주주 적격성을 승인해줘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본입찰 결과 어떻게 받아들일까...2라운드가 관심사

      상황이 이러다보니 '진성매각 논란'을 방어해 줬던 LIG손보 매각의 '필요성'이나 '당위성'도 다소 힘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LIG손보는 어차피 지급여력비율(RBC) 확대를 위해 증자가 필요한데 대주주가 자금이 없으니 이 기회에 아예 새 주인을 맞이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왔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보험사들의 부담을 덜고자 RBC 신뢰수준 상향(95% → 99%) 일정을 연기했다. LIG손보로서는 자력갱생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미 LIG손보가 시도했던 대로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RBC 상승의 방법도 있다.

      "감독당국과 법원에 "팔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는데 안 팔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입찰 결과 도저히 팔만한 가격이 안나오는다는데야 별다른 도리가 없다. LG그룹에서 제공된 대여금을 연장할 방법만 있으면 된다.

      관심사는 오히려 본입찰 이후다.

      만에 하나, 롯데나 다른 후보든 시원하게(?) 인수가격을 써내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4000억원대 중후반에서 제안가격이 형성되면 그때부터 고민이다. 결국 이것이 시장에서 형성된 LIG손보의 제 값이란 의미인데, 이를 대주주들이 받아들여야면 거래가 성사된다.

      만약 대주주들이 이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공개적인 매각 철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다른 방식의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매각을 다시 추진해보는 것도 가능하고, 본입찰 적격자(Short List)에서 떨어뜨렸던 후보들을 초청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 매각대상 지분을 경영권 포함이 아닌, 테마섹 등을 대상으로 과거 시도했던 대로 일부 지분으로 줄이는 방식도 있다.

      정말 LIG손해보험 매각의 '2회전'(Second Round)가 생겨난다면, 이때부터는 거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주주들이 시장가격을 몸소 한 번 체험했다는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각자의 기대치가 낮아질수록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