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의 포스코 '군살빼기', 알맹이는 빠졌다
입력 2014.05.20 10:42|수정 2014.05.20 10:42
    구조조정 구체적 방안 언급 없어… ‘철강 경쟁력’ 후순위
    “자산 매각은 쉬운 길”…권 회장 경영 능력 의구심 커져
    • [본 콘텐츠는 5월 19일 21:18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 이미지 크게보기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제공=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신(新) 경영전략’을 직접 발표하며, 포스코의 본격적인 군살 빼기를 선언했다. 반응은 미지근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조조정에 대한 세부 내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한 구체적인 계열사 매각 계획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켜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권오준호(號) 출범 후 3개월 동안 구조조정 이슈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다.

      권 회장이 내걸었던 ‘철강 경쟁력 강화’마저 구조조정 이슈에 묻혀버렸다. 정작 철강 사업 강화를 위한 플랜도 제시하지 않았다.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업무파악에 매달린체 달라진 포스코의 비전을 보여주지못하고 있다. 자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발표내용 역시 성장에 따른 리스크를 지지않고 ‘쉬운 길’을 선택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기술 전문가 출신인 권 회장이 자산 80조원이 넘는 포스코그룹을 이끌만한 경영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권 회장 구조조정 발표, 원칙만 제시 ‘알맹이’ 빠져

      포스코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철강 경쟁력 강화 ▲원천소재 및 청정에너지 육성 ▲사업 구조조정 ▲재무구조 건전화 등을 통해 2016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조5000억원, 신용등급 A 회복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권 회장이 취임 직후 발표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어떤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 정도만 제시했다. 우량 계열사 지분의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및 기업공개(IPO) 가능성과 사업 통합·교환·분리 등 그룹 사업구조 효율화 계획을 밝혔지만, 해당 계열사나 사업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선 포스코가 2015년까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지분 일부매각부터 전량매각 등이 거론되지만 매각 성사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포스코P&S와의 합병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분위기만 뒤숭숭해지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선 지금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한다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잘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의 경우 이제 성과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것이 매각 검토보다 먼저 아니냐”며 “비철(非鐵)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매각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나머지 계열사들의 매각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포스코특수강 등 주요 계열사의 IPO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 포스코엠텍 매각과 관련해서만 “자산매각 및 원가절감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나 지분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산 팔아 재무구조 개선은 쉬운 길”…권 회장 경영능력 의구심 커져

      ‘외풍(外風)’ 논란이 일었던 동부제철 패키지(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인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권 회장은 이와 관련해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높이면서도 우리나라 철강업도 이득을 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5월말 실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인 포스코가 또 다시 정부 입김에 흔들렸다는 지적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권 회장 취임 직후부터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에 철강 경쟁력 강화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포스코가 이날 내놓은 사업포트폴리오 전략은 크게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개발 및 솔루션마케팅 강화 ▲원천소재(리튬·니켈) 및 청정에너지(연료전지·청정석탄) 집중육성이다. 권 회장 취임 때 발표된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본원사업인 철강 사업을 강화하겠다면서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철강사업의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올 1분기 철강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0.7%, 영업이익이 16.2% 줄었다. 오히려 비철사업이 매출 15.1%, 영업이익이 48% 늘면서 철강사업의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 2009년, 정준양 포스코 당시 회장은 비철 사업 강화를 천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업황 악화가 장기화하자 철강에만 의지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 비철 사업 정리로 회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정도의 그룹을 경영하려면 현재 놓여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는 회사와 자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술 전문가 출신인 권 회장이 취임 후 3개월 동안 한 것은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자산 80조원이 넘는, 세계 5위 철강그룹을 이끌만한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