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황창규 회장, 발빠른 구조조정 및 사업계획 내놔
-
[05월20일 19:5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 이미지 크게보기
-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왼쪽)과 황창규 KT그룹 회장(오른쪽)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기술통’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 비슷한 시기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행보는 엇갈리고 있다. 외부인사인 황창규 KT 회장은 발 빠르게 친정체제를 구축, KT에 삼성DNA를 이식하고 있다. 반면 내부인사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상대적으로 내부조직 장악에 뒤쳐지면서 아직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권 회장과 황 회장 모두 취임 초기다. 또 철강과 통신이라는 업종 차이로 경영 능력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포스코와 KT 모두 공기업 전신으로 정권교체 마다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점 ▲국내 최고 신용등급 AAA 기업 등 공통점을 감안하면 권 회장과 황 회장은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사,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 금속 박사 출신이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 소장, 기술총괄 부사장 및 사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기술통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석사, 매사추세츠주립대학대학원 전기공학 박사 출신이다. 황 회장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시작으로 반도체연구소 소장, 메모리사업부 사장, 반도체총괄 사장, 기술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차이가 있다면 권 회장은 내부 출신, 황 회장은 외부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권 회장은 CEO로 임명되기 전까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고 황 회장은 이미 삼성전자의 ‘스타 CEO’로서 명성을 날렸다는 데 있다. 경험의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취임 초기부터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모양새다.
◇ 내부조직 장악부터 속도差…권오준 '고심', 황창규 '속전속결'
권오준 회장은 취임 3개월째, 황창규 회장은 취임 5개월째를 맞았다. 취임 초기인만큼 실적, 주가 등 객관적인 수치로 CEO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회사 분위기나 조직 장악력 등 비계량적인 방법에 따른 평가가 불가피하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1월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됐다. 취임 전까지 조직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2개월가량 있었다. 포스코 이사진 선정에는 한달 정도 걸렸지만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당초 예고한 발표시점을 두번씩이나 넘기는 등 막판 진통을 겪었다. 권 회장은 내부 승진과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회장이 내부조직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두고 진통이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시장에선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추진이 기정사실화하지만 권 회장은 지난 19일 기업설명회(IR)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아직 내부에서조차 대우인터내셔널을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직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한 비철 계열사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될 뿐이다.
반면 황창규 회장은 회장 후보 선임(2013년 12월16일)과 취임(2014년 1월27일)까지 한달의 시간도 없었다..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안을 들고 나왔고, 열흘 만에 조직을 장악했다. 22개 조직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주요 인사들도 정리하고 김인회 KT 재무실장(CFO)·서준희 비씨카드 대표이사·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 등 삼성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특명 명예퇴직을 실시, KT 임직원 8320명이 회사를 떠났다. KT 새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인원 구조조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 황 회장, 이메일 경영으로 임직원 독려…권 회장도 소통 경영 강화
사실 회장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임직원을 하나로 만드는 내부 통합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황 회장이 한발 앞섰다.
황 회장은 ‘싱글KT’, ‘1등KT’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KT 본사와 계열사가 한 몸처럼 움직여 그룹 이익창출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황 회장을 이를 위해 이메일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 인사청탁 등이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3월에는 개인정보 대량유출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하나만 더 잘못돼도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4월에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마무리 짓고 독려와 혁신 메시지를 담은 이메일을 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황 회장은 “수십년간 회사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떠나게 돼 가슴 아프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퇴직하는 분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힘내 일어나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1등 KT가 되도록 다같이 최선을 다하자”고 남은 직원들을 독려했다.
권오준 회장은 새로운 포스코 비전인 ‘포스코 더 그레이트(위대한 포스코)’을 제시하고 취임 다음주인 3월22일 토요학습 오프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다만 새로운 비전이 여전히 모호하고 취임 초기부터 대외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면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타 CEO’ 출신의 황 회장과 그룹 내부 출신의 기술전문가 권 회장간 조직통합 능력의 경험 차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황 회장의 경우 독단적으로 끌고 가다 보면 내부의 불만 목소리 커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대기업 CEO라면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 회사 안팎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취임 초기의 중요한 경영 능력이고 그런 점에선 황 회장에 보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KT의 경우 업계 경쟁사들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지만 포스코의 경우 아르셀로미탈, 신일철주금, 바오강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더 어려운 과제가 있다”며 “현재로선 경영 경험이 없는, 내부 기술통 출신인 권오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