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 비슷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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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22일 15:1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취임하신 지 100일도 안됐습니다. 벌써 경영 능력에 대해 평가하기는 과하지 않습니까?”
지난 19일 기업설명회(IR)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신(新)경영전략 발표 이후 시장에서 실망감을 드러낸 것에 대해 인베스트조선이 지적하자 포스코 측이 내 놓은 반응이다.
물론 2~3개월이라는 시간만으로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을 확단할 수는 없다. 회사 전반을 파악해서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 함께 할 동료들을 선발해야 한다. 이래저래 준비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100일이 짧다고만 할 수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CEO로 선임된 인도 출신 사티아 나델라는 구글과 애플에 밀려나 쓰러질 것 같았던 회사를 3개월 만에 끌어올려 '제2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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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수장인 사티아 나델라 CEO(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MS는 세계 정보기술(IT)의 상징 같은 기업이었다. 대표 소프트웨어인 ‘윈도(Windows)’와 ‘오피스(Office)’는 전 세계 PC의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모바일 시대가 펼쳐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MS는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 대표적인 IT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가 물러나고 스티브 발머가 CEO를 맡았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선 MS가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였다가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위기에 빠진 MS는 지난 2월, 새 수장으로 사티아 나델라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나델라는 입사 22년만에 CEO에 오른 정통 MS 엔지니어다. 그는 1967년 인도 내륙 상업중심지 하이데라바드주(州)에서 태어나 망갈로르대 산하 마니팔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에서 전산학 석사학위를 받고 시카고대 경영전문석사(MBA) 과정에 재학 중이던 1992년 MS에 입사했다.
시장의 평가는 ‘무난하지만 에지(edge)있는 선택’이었다. 내부 출신이라 혁신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나델라의 업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각종 행사에 애플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 애플과의 전쟁 마무리
2. Xbox에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이용시 유료 회원 가입 불필요
3.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와의 전화 회의에 직접 참석, MS의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
4.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윈도 개발 발표, 사물 인터넷 시장에 진출
5. 더 많은 개발자들이 윈도 8을 대상으로 개발하도록 함
6. 윈도 8의 타일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선택사항으로 바꿈
7. 9인치 이하 디바이스에 윈도 라이센스 무료 제공
8. 애플 아이패드용 MS 오피스 출시
9. 두 명의 간부를 해고
10. 구글 공격 광고 중지나델라 CEO가 지난 3개월여간 보여준 변화들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이 중 많은 프로젝트들은 전임 CEO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겠지만 다시 한번 자신의 입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 웨어러블 시장 본격 진출 등은 그의 리더십을 통해 이뤄진 일들이다. 나델라는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MS를 여전히 고전하는 PC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생각은 틀렸음이 판명날 것”이라고 말하며 향후 MS를 모바일 시대의 강자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나델라 효과’에 힘입어 MS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MS 주가는 최근 40달러선을 맴돌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나델라 CEO는 취임한 지 몇 주 만에 직원은 물론 고객과 개발업자, 경쟁사들까지 MS가 새로운 전망과 좀더 존중할 만한 태도를 갖게 됐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나델라는 ▲자신의 팀 구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MS가 직면한 기회 규명 ▲이사회 쇄신 ▲임원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 걸쳐 긴박감 조성 등 위기에 처한 기업의 신임 CEO로서 첫 100일간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다.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이라는 사업 전략도 적절했고 CEO가 자신이 의도한 바를 사람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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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델라 CEO는 취임 3개월째를 맞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이자 내부인사 출신이다. 그리고 ‘카리스마’를 강조하기 보다는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CEO로 취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취임 초 CEO의 성적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기업문화가 다르다. IT와 제조업이라는 사업적 차이도 분명하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의 성적표가 유효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나델라의 MS는 이전 100일은 훌륭했지만, 향후 100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포스코는 앞으로 꺼낼 ‘카드’가 많다. 그러나 첫 단추만큼은 MS가 포스코에 비해 잘 끼운 것만큼은 사실이다.
국내 철강 1위 포스코는 한국전쟁 이후 자본, 기술, 경험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해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국에 올리는 초석을 닦았다. 해외에서는 세계 철강 경쟁력 4년 연속 1위, 포천 선정 존경받는 기업 금속 부문 1위, 샘-다우존스 지속가능 우수기업 9년 연속 선정,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100대 그룹 선정 등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는 최근 2~3년간 그동안 경험해 본 적 없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영향으로 철강업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호시탐탐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점에 가깝던 국내에선 현대제철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위기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포스코 경영진으로서는 이런 변수들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오준 회장의 경영능력을 엄격한 잣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