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없이 합친 케이스 잘 된 적 없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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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27일 16:55 인베스트조선 유료뉴스 게재]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온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합병한 이유는 ‘시간’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IPO 대신,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투자자금 확보시간을 단축했다. 돈 대신 시간을 선택했다는 얘기다.다음-카카오 합병 발표 이후, 정보통신(IT) 업계에선 “IPO를 준비해온 카카오가 다음과 합쳐서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주된 논쟁거리이다.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도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IPO에 비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에서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주당 11만3430원, 총 3조1356억원으로 평가됐다. 증권업계에선 카카오가 내년 상반기 직상장에 나섰다면, 현재 가치에 신주 발행 25% 기준 공모 규모가 6200억여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좀 더 시간을 두고서 직상장을 추진했으면 현금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며 “결국 시간과 돈을 바꾼 셈”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IPO 딜레마’를 겪어왔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최근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연달아 성사되면서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내1위’ 카카오도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카카오가 선택한 방법은 IPO를 통한 투자자금 확보였다.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해외사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해외사업 성과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실탄 마련이 필요한 딜레마에 빠졌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보다 빨리 해외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가 IPO 딜레마를 해소했다”며 “워낙 글로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합병시너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PC를 기반을 한 다음이 모바일플랫폼인 카카오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을 보이는 시각이 존재한다. 최근 다음의 사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3년간 다음의 순이익은 40.8% 줄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도 IT 계열사들에 대해 이와 비슷한 일을 시도했지만 전혀 다른 플랫폼을 합치는 것은 실익이 없었다"며 "방향성 없이 일단 합쳐놓고 뭘 할지 찾아보자고 했을 때 잘 된 케이스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26일 기자회견에서 “현금도 중요하지만 다음의 콘텐츠 및 검색서비스와 카카오의 모바일 경쟁력 등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자산을 합치면 성장력과 가능성이 더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