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약화된 엘리자베스아덴…인수 후 구체적 경영 전략 필요
세계적 명품 브랜드 운영 경험 적은 것도 극복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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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05일 18:4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미국 화장품업체 엘리자베스아덴(Elizabeth Arden)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간 인수해온 화장품 회사들과 달리 세계적 명품 브랜드 회사인데다 거래 규모도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인수 성사여부에 관심이 모인다.LG생건은 지난 4월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을 맺고 엘리자베스아덴 경영권 인수를 준비 중이다. UBS가 인수 자문을 맡고 있으며, 실사 자문사로는 삼정KPMG를 선임하고 사전 실사도 착수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법률자문을 담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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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은 2005년 차석용 대표이사 취임 후 적극적인 M&A로 덩치를 키웠다. 2007년말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보브·긴자스테파니, 2013년 에버라이프 등을 사들였다.
이번에 인수를 검토하는 엘리자베스 아덴은 1910년에 설립, 미국에 본사를 둔 명품 화장품 회사로 전 세계 120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를 성사시키게 되면 LG생건은 기존 아시아 시장 외에 북미 지역 진출까지 할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단숨에 시장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욕심낼 만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거래가 조(兆)단위 해외 거래인 점은 변수다.
엘리자베스아덴의 시가총액은 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7억4357만달러(한화 학 7618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거래 규모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카콜라(3100억원)와 더페이스샵(3400억원) 인수 가격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대형 PEF와 컨소시엄을 맺을 경우 자금 조달에 큰 무리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실제 매각 과정이 옥션 딜(Auction Deal)로 전개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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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아덴 최근 1년 주가 추이. (출처: 나스닥(NASDAQ) 홈페이지)
엘리자베스아덴의 주식은 해외 투자 기관 여러 곳이 나눠 들고 있다. 프루덴셜PLC·NWQ인베스트먼트·RS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주주다. 이들이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엘리자베스아덴의 브랜드 명성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캡슐타입 화장품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브랜드 파워가 많이 약해진 데다 최근 엘리자베스아덴 실적도 주춤하다.
지난달 발표된 분기 실적을 보면 순매출은 2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낮아졌다. 주가 역시 1년 전 주당 50달러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20달러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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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LG생활건강이 과거 더페이스샵 등을 인수한 것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 홍수 속에 브랜드 지위를 올리고 이를 수익성으로 연결시킬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면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요소로 지목된다.
이는 단순 M&A 경험이 많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성장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기 전에 심도 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아직까지 LG생활건강의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인수가 흐지부지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LG생활건강 측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엘리자베스아덴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검토하는 중"이라며 "평소에 하던 M&A보다 큰 건이라 조금 더 신중하게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