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매각 어려워도 가능성은 투자 불안 요인…AA-등급 대우 받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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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09일 15:00 인베스트조선 유료뉴스 게재]
"매각한다고 하는데…"vs"매각? 가능성 낮다"대우인터내셔널이 1년4개월 만에 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신용등급 AA-에 걸맞는 발행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 시장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다음달 2일 채권 발행을 위해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을 주관 증관사로 선정했다. 채권의 만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년과 5년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은 2011년 9월에 발행한 2억달러 규모의 쇼군본드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우량 회사채는 내놓기만 팔리는 상황이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채권 발행 여건은 그리 녹록한 편이 아니다. 매각 가능성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채권 발행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5월 신경영전략 발표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방향과 방법·시기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2015년까지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은 회사채 투자자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험요인이다. 포스코보다 더 우량한 기업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다면 기회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거나 사모펀드(PEF)가 새 주인이 된다면 신용등급 하향될 수 있다. 현재의 대우인터내셔널 신용등급은 포스코의 후광이 크게 반영돼 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전인 2010년 상반기까지 대우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은 A0였지만, 피인수 이후 AA-로 상승했다.
물론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당장 매각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주가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당장 매각할 경우 1조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구조조정 계획 가운데 하나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검토할 수 있지만 검토에서 실행까지 간격이 클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매각 가능성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투자자들의 현실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을 앞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 가능성은 투자자들의 높은 금리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과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지원 의지 약화 가능성도 이번 채권 발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참고 : 한국기업평가는 6월11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KT의 KTENS에 대한 꼬리 자르기를 계기로 모기업의 자회사에 지원 여력을 재검토하고 있다. 모기업의 자회사 지원을 당연시하는 평가 관행에 바로잡기 시작했다. KT텔레캅, KT렌탈, KT캐피탈, KT스카이라이프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KT의 경영 전략 변화에 따른 지원 가능성이 약화됐다고 신평사들은 평가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관계는 KT그룹과의 현실과 유사하다. 포스코는 철강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비핵심 계열사에 대한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상사부문과 자원개발이 중심이다. 포스코의 신경영전략대로라면 비핵심 자회사에 가깝다. 다만 KT와 다른 점이라면 포스코는 꼬리 자르기 여부를 결정할 만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KT처럼 포스코그룹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조정을 위한 검토에 나서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매각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에 대한 지원 의지는 이전보다 약해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도 변수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떨어뜨렸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여전히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신경영전략이라 하지만 사실상 재무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한 포스코에 대한 평가가 예전 같지 않다. 시장에선 포스코의 국내 등급 조정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3000억 채권 발행은 최근 A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열기에서 비켜날 것이란 전망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채권 발행 주관사단, 그리고 투자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할 경우, 포스코건설처럼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월 발행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결과 유효수요는 발행액의 절반인 1500억에 그쳤고, ING자산운용(현 맥쿼리자산운용)의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