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 동부 또 '압박'…구조조정 성과 목맸나
입력 2014.06.18 18:23|수정 2014.06.18 18:23
    '구조조정 약속 안 지키면 불이익'…시장선 "매각에 도움 안 돼"
    "격려 차원에서 말한 것" 해명
    • [06월18일 18:1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을 또 다시 압박했다. 지난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극비리에 회동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한 이후 한 달만에 다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의 압박은 매각 성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개각과 맞물려 최 원장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과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 원장은 17일 인천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최근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김 회장이 사재출연 약속을 이행하고, 장남인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일부를 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최 원장의 발언에 대해 구조조정 촉구라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이나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며 상대적으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외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보니 한번 더 강조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금감원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발언은 취지와는 달리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을 더 방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자인 동부그룹을 압박하면 아쉬울 게 없는 원매자들이 더 소극적으로 가격 협상에 나서게 되고, 결국 거래 성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키는 산은이 쥐고 있다. 산은은 지난 4월 동부제철 1200억원 브릿지론(bridge-loan) 지원 과정에서 동부그룹으로부터 '패키지 매각의 전권을 위임한다'는 각서를 받았다. 동부특수강 매각도 산은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일단 인수한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그룹을 압박해봐야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동부그룹과 산은의 줄다리기는 동부제철에 대한 900억원 규모 사재출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체 동부그룹 자구안 3조원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 원장은 지난달 10일 김 회장과 직접 만나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이후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과 최연희 동부 건설·바이오 부문 회장이 만나 실무 차원의 논의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물밑 협상을 진행한 최 원장이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데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최근 내각 개편과 맞물려 '자리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 원장은 18일 인베스트조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날 발언에 대해 "자구책을 열심히 진행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