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실트론 지분 매입 거절…보고·KTB 대주단 만기 연장 논의
입력 2014.06.26 11:49|수정 2014.06.26 11:49
    LG그룹 "LG와 무관한 투자, 고가 매입은 배임"…IPO 방해 주장도 일축
    보고펀드·KTB PE 대주단 "만기 연장 불가피…PE도 추가 출자해야"
    • [06월25일 1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LG그룹이 보고펀드와 KTB 프라이빗에쿼티(PE)가 요구한 LG실트론 지분 일부 인수 요청을 결국 거절했다.

      두 사모펀드(PEF)에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은 ‘어쩔수 없이’ 인수금융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대주단은 오는 27일 만기인 KTB PE의 인수금융에 대해 6개월 만기 연장을, 7월말이 만기인 보고펀드의 차입금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에 무게를 두고 대주단 회의를 진행중이다. 다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을 비롯해 대주주인 (주)LG의 경영 능력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LG, "LG와 무관한 일 "…보고, KTB PE 지분 매입 요청 거절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와 KTB PE는 최근 LG실트론의 1대 주주이자 지분 51%를 쥐고 있는 ㈜LG에 보고펀드와 KTB PE가 들고 있는 지분 일부 매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LG는 두 사모펀드의 지분 취득 과정에 LG그룹이 관여한 바가 없고, 사줄 의무도 없다는 입장을 보고펀드와 KTB PE에 전달하며 거절했다.

      LG그룹은 “보고펀드와 KTB PE의 지분 매입은 LG와 무관하게 타 컨소시엄과의 경쟁 입찰에 따른 투자이며 2대 주주의 지분을 LG가 매입해줄 의무도 없고, 펀드 측 보유 지분 일부를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할 경우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보고펀드와  KTB PE측은 LG그룹이 대주주로써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당시, (주)LG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투자 회수 기회를 잃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금융시장에선 LG실트론이 2011년 경에 IPO를 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금융위기로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들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고, 2012년에는 펀드의 판단에 따라 상장을 중도 철회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LG실트론의 신규사업 투자와 사업중단은 보고펀드와 KTB PE 측 이사들의 이사회 참석과 승인을 거쳐 결정된 것인 만큼 경영 책임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고펀드와 KTB PE는 ㈜LG가 지분을 매입해줄 경우, 이를 바탕으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할 예정이었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 이자를 내고, 대주단은 주당 거래 가격을 근거로 대손충당금 설정을 최소화하려 했다. 보고펀드와 KTB PE 그리고 대주단이 마지막 짜낸 복안이었지만 LG그룹의 거절로 의미를 잃었다.

      ◇결국, 대주단 만기 연장 논의 시작

      두 사모펀드와 대주단은 결국 차입금 만기 연장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25일 현재 당장 급한 불인 KTB PE의 차입금 1610억원에 대해 농협은행과 대구은행 등 KTB PE 대주단은 만기를 6개월 가량 연장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의 대주단도 만기 연장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24일 우리은행 주관으로 전체 회의를 열었다. 복수의 대주단 관계자는 “대주단 전원 동의 조건으로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즉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자는 얘기도 오갔다”며 “LG그룹이 지분 매입을 거절 한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차입금 만기는 7월말이다.

      다만 만기 연장에 이르는 과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KTB PE는 만기 이틀(25일 17시 현재)을 앞두고 연장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운용사의 추가 출자와 운용사의 후순위투자(지분투자) 등에 대한 우선 손실 충당 조건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B PE는 LP들의 추가 출자를 통해 연말까지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 이같은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고펀드는 현재 이자 연체 상태이다. 반기 결산을 앞둔 대주단은 연체 이자를 우선 해결하고 만기연장에 따른 이자비용은 추가 출자하며 보고펀드의 투자 분에 대한 우선 손실 충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고펀드 대주단 관계자는 "KTB PE의 연장 조건을 확인한 보고펀드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계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추가 출자를 하려면 파트너들이 개인 돈을 출자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연장 기간도 문제다. KTB PE에 대해 대주단은 연말까지로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B PE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보고펀드도 매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6개월 내에 웨이퍼와 잉곳 등 관련 산업의 업황이 회복되고 원매자가 나타나 투자 원금 이상을 받고 매각에 성공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단의 만기 연장 논의로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기 연장 이후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두 사모펀드와 대주단간이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