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 외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보낸 트로이목마?
입력 2014.07.08 11:45|수정 2014.07.08 11:45
    사내 인트라넷 통해 "하나-외환 조기통합 논의 개시 불가피"
    외환은행 노조 "하나금융 입장 그대로 전달…실적 악화 해명 먼저"
    • [07월08일 11:4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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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조 외환은행 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사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행장의 발언을 두고, 하나금융 입장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김 행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원하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트로이목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7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직원 서면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언급으로 논란이 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입장이었다. 김 행장은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옹호했다.

      김 행장은 "은행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 심화 및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 지고,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조기통합 논의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통합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다해온 직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은행장으로서 충분이 이해한다"며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한조 행장은 32년 동안 외환은행에서 근무한 전통 '외환맨'이다. 외환은행 사상 두 번째 내부출신 은행장이다.

      하나금융은 김 행장이 외환은행에 대해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는데다, 강단 있고 시원시원한 덕장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는 점을 높이 샀다. 노조를 아우르면서 효율적으로 통합작업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

      비록 하나금융에서 임명하긴 했지만, 외환은행 노조도 김 행장에 대해 내심 기대감이 컸다. 독립경영 사수를 외치는 노조는 '외환맨' 김 행장이 조기 통합의 방패막이가 돼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하나금융과 노조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김한조 행장이 하나-외환의 조기통합에 힘을 실으면서 사실상 하나금융 편에 섰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한조 행장의 사내 메시지는 하나금융그룹의 입장을 그대로 발표한 것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김 행장이 외환은행 선배이기 때문에 기대감을 갖기도 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을 거론하기에 앞서 10년동안 괜찮던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된 지 2년만에 망가진 이유에 대해 먼저 해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선 김 행장이 외환은행 출신이지만 이번 발언으로 김정태 회장의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초에 인수 당시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하나금융의 약속에 대해 신뢰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며 "외환은행 노조 입장에선 하나금융의 약속 파기와 믿었던 김한조 행장이 김정태 회장의 트로이목마 역할을 한 것으로 충격이 배가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