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실적 부진 대비 투자자 배당 압박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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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월08일 10:0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전자가 무선사업 부진으로 2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배당을 늘려달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규투자를 위해 내부 유보현금을 신중하게 쓸 것이라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무선 사업이 성숙기에 접었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규모를 늘려 투자금 회수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다.
8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1분기 8조49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전년 동기 9조5300억원에 비해 2조원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갤럭시S5 등 스마트폰·태블릿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애플의 아이폰6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신제품 출시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가격 경쟁도 한층 심해지고 있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지난해만 해도 그룹을 먹여 살린 부서지만 올 들어선 무선사업부 인력들을 다른 사업부로 배치하는 것이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배당을 늘려달라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탈(perry capital), 약트만에셋매니지먼트(yacktman asset management), 아티젠파트너스(artisan partners)는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 배당금을 늘리고, 중단된 자사주 매입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데 보유현금 규모는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60조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추가로 현금을 쌓게 되면 내년까지는 100조원에 육박하는 내부 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당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줄었다.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지난 2010년 11.31%에서 2012년 6.93%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배당정책 변화를 시사한 이후 배당성향이 12.03%까지 늘었지만 글로벌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인 36.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1% 배당수익률은 애플은 물론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지난 2008년 42%에서 지난해 5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만큼 배당을 늘려달라는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고배당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점치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주당 150만원까지 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실적을 통한 주가 부양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선 고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이 대안이라는 평가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애플이 투자자금 명목 하에 1000억달러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들 요구에 배당금을 늘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며 "삼성전자도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면 주가를 올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고배당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해서는 6조원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 동안 분할납부를 해도 연간 1조2000억원이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고배당 여력이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라며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직접 소유 지분을 늘린 직후 배당금 증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