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컨설팅사 5000억대 포스코 PEF 수주…최명주 대표 지원논란?
입력 2014.07.09 11:41|수정 2014.07.09 11:41
    GK파트너스, 포스코ㆍ국민연금 PEF 관리사로 선정…수십억 관리보수 예상
    정준양 회장 최측근 최명주 포스코기술투자 대표 다년간 몸 담은 회사
    포스코 "GK가 국민연금을 데려왔다", 국민연금 "프로젝트를 보고 투자 결정했다"
    • [07월08일 18:4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포스코가 국민연금과 대형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이 펀드를 관리할 운용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펀드를 맡으면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트랙레코드(운용실적) 관리 차원에서도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포스코와 국민연금은 별다른 선정 과정 없이 소규모 컨설팅 회사를 펀드 운용사로 뽑았다. 이 회사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명주 포스코기술투자(옛 포스텍기술투자) 대표가 수년간 지분을 갖고 사장으로 재직했던 회사다.

      자연히 최 대표가 본인이 재직했던 회사가 뽑히도록 힘을 써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은 포스코가 과거부터 투자해 온 사업부를 따로 떼내는 형태여서 외부기관이 맡으려면 포스코 내부 정보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국민연금은 최근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5600억원의 사모펀드를 조성, 지난 6월 금융감독원 등록을 끝냈다. 합성천연가스 사업은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처리해 값비싼 LNG가스와 유사한 연료로 만드는 사업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내세운 신경영전략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이 펀드를 관리할 운용사로 'GK파트너스'(www.gkp.kr)를 선정했다. 

    • 포스코 합성천연가스(SNG)공장 조감도

      GK파트너스는 '유망기업발굴과 경영ㆍ재무자문', '리서치 분석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2007년 10월 설립된 유한회사다. 여의도 율촌개발빌딩 10층에 사무실을 둔 자본금 5억7000만원의 소형 컨설팅 회사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삼성증권 부사장, 한국투자증권 사장(2000~2006) 등을 역임한 홍성일 전 한국증권 대표가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말이 되어서야 사모펀드 관련 업무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그외에 별다른 대형 PEF를 운용한 실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소규모 회사가 대형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 사모펀드 운용사에는 매년 일정 비율의 관리수수료(Management Fee)가 지급된다. 최근 사모펀드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펀드 규모가 수천억원을 넘어서면 수수료 수입도 저절로 커진다. 5600억원 펀드에 0.5% 수수료율만 적용해도 연간 30억원 이상이 회사에 제공된다. 소규모 유한회사에게는 상당한 운영자금이 된다. 또 포스코와 국민연금을 고객으로 유치했다는 평판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GK파트너스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합성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했으나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고민을 하던 찰나에 G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의 투자관심을 확인했다"며 "GK파트너스가 투자조건 등을 협의하고, 회계-법률-기술실사를 진행하여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 투자승인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또 포스코는 "GK파트너스는 국내 최초로 대형 프로젝트에 전략적 투자자-재무적 투자자 공동투자 틀인 GK인프라파이낸싱 프레임을 개발하여 특허출원했다"며 "이를 활용한 해외자원개발 특수목적 펀드를 연기금과 공동 연구하여 설계한 경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GK파트너스는 "누가 따로 GK파트너스를 운용사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국민연금)로부터 투자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운용사가 됐고 별다른 프로세스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GK파트너스는 "우리는 주로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으며 함께 일하다보면 사업관련 내용을 서로 얘기하고 검토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생겨 투자 프로젝트를 찾아내는 기회도 생긴다"며 "한국투자파트너스도 같이 도와줘서 큰 규모의 펀드 운용사가 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국민연금은 "이번 투자는 공개경쟁 컨테스트로 (운용사를) 선정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며 "어느 운용사였느나는 주요 이슈가 아니었고 프로젝트 자체가 메인이었다"라고 밝혔다. GK파트너스가 어떤 회사인지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포스코 합성천연가스 사업부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투자업계는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선뜻 GK파트너스 투자 제안에만 기대어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매년 수많은 투자 제안을 받아보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다. 포스코는 G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을 초청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으로서는 포스코와 어떤 관계인지 확인도 되지 않는 소규모 컨설팅 회사의 제안만 믿고 수천억원 출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GK파트너스가 포스코의 투자의사를 확인해 줄 수 있는 공식 '대리인' 임이 확인돼야 한다. 실제로 국내 여러 대기업이 참가하고 국민연금이 투자해 온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투자 프로젝트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즉 대기업이 미리 사모펀드 운용사를 내정하고 이 운용사가 대기업을 대리해 국민연금과 투자를 논의하는 형태다.

      이러다보니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무명이나 다름 없는 회사가 포스코의 대리인이 되도록 지원한 이가 바로 최명주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명주 대표는 현재 포스코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다. 그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에 중용, 김응규 현 포스코경영연구소장과 함께 포스코의 미래를 설계한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을 총괄했다. 포스코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실을 총괄하는 자리도 원래 최명주 대표에게 맡겨질 예정이었다가 그가 고사하자 조청명 전무(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순혈주의'가 팽배한 포스코 내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부출신 인사다.

      이런 최 대표가 포스코에 합류하기 전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 바로 GK파트너스다.

      그는 한국은행, 보스컨컨설팅그룹(BCG) 금융고문, IBM BCS파트너 겸 부사장, 교보증권 사장을 역임한 이후, 수년간 GK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단순히 재직만 한 것이 아닌, 유한회사 GK파트너스의 '파트너' 자격으로 지분을 갖고 활동했다. 몇번에 걸쳐 사내이사로 중임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2011년초까지 GK파트너스 임원(이사)으로 재직하다가 사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초 정준양 포스코 회장 체제 아래에서 포스텍기술투자(현 포스코기술투자)의 대표로 발탁됐다. GK파트너스 지분도 이 무렵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GK파트너스 관계자들로서는 최명주 대표와 교류를 통해 포스코 내부 사정이나 합성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전망, 자금소요에 대한 정보접근이 쉬웠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가운데 다른 어느 회사도 아닌, GK파트너스가 발탁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GK파트너스를 펀드 운용사로 내세우지 않고, 최명주 대표가 있는 포스코기술투자가 직접 펀드 운용사를 맡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더불어 투자를 진행했던 상당수 대기업들은 그룹내 금융 계열사를 외부 운용사와 함께 공동 운용사로 내세우고 있다. 계열사다보니 그룹 내부 정보를 직접 활용할 수 있고, 펀드 수수료도 기업 내부로 돌려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기술투자는 과거 창업투자회사로 시작,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회사다. 사모펀드 운용사로 활동하기에도 적합한 회사다.

      포스코의 이번 투자는 국민연금 자금이 수천억원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운용사 선정 논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특혜의혹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 노후대비 자금이 특정회사 '일감 몰아주기'용으로 사용됐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