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싱가포르 등 해외선 국부펀드에 자국투자 허용하는 편
파르나스호텔 투자는 회사 자기자본 활용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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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월18일 18:0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최근 한국투자공사(KIC)가 홍콩계 사모펀드인 거(GAW)캐피탈 파트너스와 파르나스호텔 인수 참여를 검토하면서, 시장에선 논란이 일어났다. 외화자산에 투자하도록 설립된 국부펀드가 국내호텔 투자에 뛰어들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이는 현재 KIC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KIC는 운용자산만 720억달러(한화 약 73조3000억원·지난해말 기준)에 달하는 국내 유일의 '국부펀드'다. 그러다보니 테마섹을 위시한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투자제의를 받는 일이 적지 않다. 이들로서는 "한국에 좋은 투자매물이 있다면 같이 투자하자"는 제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KIC는 이들의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 법적으로 국내투자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르면 KIC는 '위탁받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하도록 돼 있다. 운용할 자산은 정부 및 한국은행에서 위탁받는다. 이 때문에 KIC는 "기본적으로 국내투자는 안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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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해외 국부펀드의 투자원칙도 이와 유사하다. 그러나 국부펀드의 자국투자가 아예 금지돼 있진 않다.
일단 복수의 국부펀드를 둔 국가의 경우, 대체적으로 일부 펀드에 자국투자를 허용하는 편이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사회보장제도에 활용되는 펀드인 GPFN(Government Pension Fund Norway)은 운용자산의 85%를 자국 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 반면 이보다 몸집이 큰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는 노르웨이 내에서 투자를 못하도록 돼 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 싱기포르투자청(GIC)에는 자국투자를 제한했지만, 테마섹홀딩스엔 허용했다. 테마섹홀딩스는 운용자산의 31%를 싱가포르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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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복수의 국부펀드가 없어도 국내투자를 허용한 경우도 있다.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유일의 국부펀드인 카자나 나시오날(Khazanah National Berhad)은 말레이시아항공, 말레이시안 애그리푸드(MAFC) 등 자국 내 주요 대기업들을 거느릴 정도로 자국투자에 적극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몇 해외 국부펀드는 KIC가 국내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국내자산에 투자하자는 제의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해외 국부펀드 사이에선 "왜 KIC는 우리한테 한국에 투자하자는 제의를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제의를 받을때마다 KIC는 중간에서 ‘소개’만 해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문의가 오면, 적절한 투자자(LP)를 알려주는 식이다. 주로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로 구성된 해외투자협의회를 통해 국내 투자자와 해외 국부펀드를 연결해준다. KIC로서는 아쉽지만 법적 제약 탓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따져보면 KIC 입장에선 이들과 함께 투자를 하고, 이를 계기로 향후 해외투자를 순탄하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에 해당된다. 자연스레 KIC 내부적으로는 적어도 해외 국부펀드와 투자할 때라도 국내자산에 투자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KIC 관계자는 “KIC가 5~10% 지분 투자로 참여하면 국내자산에 투자할 의향을 보이는 곳들이 있다”며 “해외 국부펀드와 함께 투자할 경우엔 일부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내투자가 허용되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KIC가 국내에 투자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능한 규모가 채 2000억원에도 못미친다. 기관투자가로 명함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행법상 KIC의 회사 고유계정에 있는 자기자본은 국내자산에 투자해도 지장이 없다. 실제로도 KIC는 국내 부동산 매입에 자기자본을 활용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기준 KIC의 자본은 총 1810억원. KIC 총 운용자산의 2.5% 수준이다. 상시적으로 해외 국부펀드와 투자를 추진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런 KIC의 바람이 실현되는데는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설립목적에 부합하도록 해외투자에서부터 제대로 된 성과를 내줘야 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KIC가 해외투자를 통한 국부창출을 위해 설립된데다, 그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투자 손실 등으로 깎인 평판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