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또 고사 위기…외감법 시행되면 합병에 1년 걸려
입력 2014.07.22 10:00|수정 2014.07.22 10:00
    [Weekly Invest]
    외감법 개정으로 우회상장때 지정감사인 신청해야
    현재 3~4개월인 합병기간 1년 이상으로
    • [07월20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2010년 도입 이후 정부의 '묻지마 규제'로 시장이 사라질 뻔 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하 스팩)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2세대 스팩'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던 '빠른 합병'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과의 합병(우회상장)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반드시 지정감사인을 지정해야 한다.

      기존의 감사인 지정은 직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만 해당이 됐지만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시행령은 하반기 감독규정 개정 작업을 거쳐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실제 적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규제는 모처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스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속전속결로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한 스팩이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 스팩시장은 이전보다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1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미래2호스팩에 6400억원 규모의 기관 수요가 접수됐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외감법 시행령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스팩과 기업의 합병기간은 기존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계획중인 비상장법인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정감사인을 배정받고 감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2~3개월이 소요된다. 이후 지정감사인으로부터 최소 반기보고서에 대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합병 주주총회 등이 3~4개월이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합병 결정 후 실제 합병까지 꼬박 1년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정보가 유출된다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스팩은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이는 합병 성사 여부에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현금 가치 외에 영업가치를 가지지 않은 스팩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 비상장기업 입장에선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손해를 보며 합병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지정감사인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감사인보다 많은 비용을 받는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 회계법인이 투입되는 까닭이다. 이 역시 합병 추진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스팩 관계자는 "정부가 회계투명성 재고차원에서 이 같은 규제를 만들었지만 스팩은 주주총회를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스팩은 3년짜리 한시적인 법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규제에 적용을 받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