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변화 못 읽어…론스타 산하 최고가에 매입
김병호 수석부행장 등 딜 관계자 책임론 재부각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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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월18일 16:2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사모펀드(PEF) 산하에서 수익성이 극대화한 외환은행에 대해 제대로 된 실사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금융업계의 환경 변화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내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했던 인물들에 대해 책임론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2010년말 하나금융지주는 미국계 PEF 론스타에 4조6888억원을 주고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론스타의 고액 배당이 문제가 되면서 추가 협상이 시작됐고, 1년 뒤 인수가격은 3조9157억원으로 줄었다. 당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인수가를 5000억원 이상 깎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었던 외환은행은 인수한 지 1년 만에 김승유 전 회장의 자랑이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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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말 1조622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012년에는 6258억원으로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2013년에는 3604억원으로 감소, 지방은행 수준으로 전락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기업 대출 부실 등으로 하나은행의 수익성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발목을 잡는 지경까지 된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를 5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약속을 깨면서까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두 은행을 조기에 합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과대평가(Overvaluation)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매각 직전까지 급상승을 하고 있다. 매각가격을 올리기 위해 직전까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PEF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단기간의 당기순이익, 그리고 인수 이후 외형성장만을 감안해 외환은행의 가치를 높게 잡아 가격을 매김으로써 론스타만 배를 불려준 꼴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 김승유 전 회장을 위시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 하나금융 경영진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로 국내 금융지주 2위에 오른다는 사실에 도취됐다"며 "김승유 전 회장은 인수합병(M&A)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때문에 하나은행을 포함한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은행이 강점으로 보유한 외국환 업무의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도 경쟁력을 키워 그 격차를 줄여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효율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이었는데 하나금융은 오히려 외형 확장을 선택함으로써 조직의 비대화, 그로 인한 효율성 저하를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조차 상반기에만 49개점의 점포를 축소하는 등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몸집 줄이기"라며 "인수만 생각한 김승유 전 회장이 5년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하면서 중복되는 지점망 및 대기업 여신에 대한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하나금융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에도 고가 매입 논란은 있었다. 결국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하나금융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론스타만 웃으며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인수에 정통한 딜(Deal)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과 당시 외환은행 인수 책임자였던 김병호 수석부행장은 제대로 된 실사도 하지 않고 일단 인수를 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며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