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코람코 본부장 "공모 리츠 활성화, 넘어야 할 산 많다"
입력 2014.07.30 08:36|수정 2014.07.30 08:36
    [부동산 투자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리츠편④/신성철 코람코자산신탁 본부장]
    증권사, 리츠주식 인수 처리 문제로 적극적이지 않아
    리츠 상품을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로 보는 개인들의 인식 필요
    운용사가 개인들이 투자할만한 자산 먼저 찾아 나서야
    • [07월22일 14:5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신성철 코람코자산신탁 1본부장

      "개인들이 참여하는 공모 리츠 활성화가 리츠 시장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고 리츠 운용사의 미래 먹거리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2002년 글로벌 부동산 자문업체 존스랑라살을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기업 등에서 다양한 부동산 투자 경험을 쌓은 신성철 코람코자산신탁 1본부장의 현실 평가다. 과거 10여 년간 부동산투자 앞단에서 뛰며 고민해왔지만 실무적으로 개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츠 운용사가 기업공개(IPO)를 희망해도 개인들에게 리츠 지분을 판매해야 하는 증권사와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은 "리츠 상장 과정에서 매각되지 않은 지분을 증권사가 인수해야 한다"라며 "증권사는 인수하게 된 지분을 단기간에 처리해야 하는데 거래량이 많지 않아 자칫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잠재 투자자를 설득할 트렉레코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성숙해 있다. 리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에는 리츠 상품을 판매할 때 과거의 투자 흐름, 투자 회수 가능성, 수익성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신뢰도 높은 데이터가 축적돼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아직 원금보장 상품을 원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투자 회수 시점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확언하지 못한다"라며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주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리츠를 대규모 매각차익을 내는 부동산이라기보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시점에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운용사의 역할은 투자하기에 적합한 자산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본부장은 "우선 규모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 증권사가 판매하기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라며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업의 건물 전체를 장기임차한 부동산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부동산을 찾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리츠 규제와 관련해선 사모 투자의 경우 부동산펀드 만큼 완화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츠 제도 도입 취지가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다 보니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사모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을 판단할 만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모 규제의 완화가 공모 시장 발달 저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 본부장은 "업계도 공모 시장이 발달해야 미래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방안을 고민해왔다"라며 "사모 규제를 완화한다 해서 이 고민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리츠가 상장하려고 할 때 실무적으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증권사와의 연계다. 상장하려면 리츠의 지분을 공모로 매각하고 남은 지분을 증권사가 인수해 줘야 한다. 증권사는 인수하게 된 지분을 단기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데 거래량이 많지 않아 자칫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게 될 위험을 부담스러워 한다. 지분인수를 고려하는 증권사는 추가로 거래시장 조성(market making)까지 해야 인수한 지분을 시장에 매각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을 만드는 일까지를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수익성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현재 증권사를 통해  프라이빗뱅킹(PB) 고객 등 개인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증권사가 필요한 만큼의 개인 고객을 확보해 놓고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남은 지분을  인수하게 될 위험이 적다. 공모 방식과 다르다."

      - 자산의 안정성이 증명되면 증권사의 판매 부담이 줄지 않을까.

      "증권사 입장에선 불완전판매의 부담이 있다. 운용업계에 종사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안전한 자산이라고 판단해도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상품은 부동산 투자 지식이 풍부한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 400억~500억원을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위험을 잘 모르는 개인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시점에서 상장 리츠 성장의 한계다."

      - 개인 투자자를 리츠 투자에 유도하기 위해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데이터 부족이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성숙해 있다. 리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리츠 상품을 판매할 때 과거의 투자 흐름, 투자 회수 가능성, 수익성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신뢰도 높은 데이터가 축적돼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투자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도 걸림돌이다. 개인들은 아직 원금보장 상품을 원한다. 부동산 경기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투자 회수 시점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확언하지 못한다. 개인들은 어차피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면 주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 개인 투자자는 리츠 투자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나.

      "포트폴리오 구성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채권이 아닌 이상 원금 보장 상품이 없다는 사실을 개인들이 인식했다. 채권으로만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 보니 원금보장이 되지 않지만 리츠를 포함해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 개인들도 리츠를 대규모 매각차익을 내는 부동산이라기보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상품으로 인식해야 한다."

      - 기존에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리츠를 상장시키면서 기관투자가의 지분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어떠한가.

      "쉽지 않다. 리츠는 상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부동산 투자기구이기 때문에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 애초 투자자들이 3년을 투자하기로 했어도 수익성이 좋으면 투자기간을 늘릴 수 있다. 개인들에게 구주매출을 하려면 투자 처음부터 수익성이 좋아도 일정기간 후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기관투자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투자자 중 일부가 구주매출 방식으로 투자회수를 희망해도 다른 기관투자가가 의사결정 등의 문제로 개인들과 지분이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설정하고 있는 리츠들은 일부 지분보유자가 다른 주주의 동의 하에 주식을 거래하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립하려 하고 있다. 이런 거래 시장을 2차시장(세컨더리마켓)이라고 한다. 국내엔 아직 2차시장이 형성돼있지 않지만, 기관 대 기관 또는 기관 대 개인 간 거래를 통한 리츠 투자 활성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운용사가 처음부터 개인들에게 적합한 부동산을 찾아내야 한다. 우선 규모가 크지 않아야 한다. 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공모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떠안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 부담스러워 한다. 또 개인들에게 익숙한 기업이 건물 전체를 장기 임차하고 있는 부동산이 좋다.

      작년에 코람코신탁에서 투자한 강남P타워를 예로 들 수 있다. SPC그룹이 건물 100%를 10년간 사용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개인들에게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인들은 친숙한 기업이 사용하는 부동산에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규모가 적당하면서 친숙한 기업이 장기간 임차한 건물을 찾기 어렵다. 리츠 운용사가 이러한 자산을 먼저 찾아 나서야 한다."

      - 향후 리츠 시장이 발달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개인들의 목표 수익률이나 투자 목적에 맞춰 다양한 성격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6% 수익률의 우선주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매각 차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반대로 4%의 보통주에 투자하면 투자 안정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신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이 일반 주식 외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 등을 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 리츠 시장이 도달해야 하는 모습이다."

      - 국토교통부의 리츠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모 투자의 경우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 등은 실무적으로 이롭다. 사모 리츠 규제는 부동산펀드 만큼 완화돼야 한다. 리츠 제도 도입 취지가 개인들의 참여다 보니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많이 포함돼있다. 사모 투자자들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다. 규제로 보호하지 않아도 투자위험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 사모 규제의 완화가 공모 시장 발달 저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계도 공모 시장이 발달해야 미래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속해서 고민해왔던 바다. 적절한 자산과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사모 규제를 완화한다 해서 이 고민이 줄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