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등급 '흔들' 현대중공업, 높았던 콧대 꺾일까
입력 2014.08.06 08:33|수정 2014.08.06 08:33
    [Weekly Invest]
    금융업계 "우량등급 믿고 시장에 충분한 정보제공 안해" 불만
    올초 공모회사채 5000억 발행…기관투자자들 저가수주 문제 정확히 파악 못해
    • [08월0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형 조선사들은 유독 상대하기 어려워서 그간 현대중공업에도 정보를 요청하면서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현대중공업의 콧대가 조금 꺾였으면 좋겠다"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로 신용등급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에 쌓인 불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업계 1위라는 점, 그리고 업계 최고 신용등급인 AA+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앞세워 시장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어느 사업에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주식이나 회사채 투자를 위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요청하는 기업탐방에도 쉽게 응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IB업계 담당자는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저가수주에 대한 문제를 다 알고 있었을 텐데 시장참여자들에게 저가수주로 인한 손실 규모를 감춰온 점은 '도덕적 해이'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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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열 번째 도크(Dock)이자 세계 최초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전문도크인 ‘H도크’

      현대중공업이 올초 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도 우량 등급만 믿고 발행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에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 심화로 인해 A급 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 적자전환했지만 시장지위와 높은 신용등급, 그리고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토대로 수요예측에 1조원이 넘는 기관투자자금을 모았다.

      IB업계는 당시 해양플랜트 공정지연,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 규모 등 현대중공업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한 기관투자가들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9일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 측에서도 "우리도 손실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언급할 정도였으니 올초 회사채 발행 시 '저가수주'란 시한폭탄을 감지한 시장관계자들은 소수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회사채는 주로 연기금 같은 큰 손 투자자들이 오래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다.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그간 현대중공업의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의 불만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실적쇼크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그동안 잘못된 소통방식이 변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삼성중공업(AA)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재무팀을 접촉하는 데 조금 덜 어렵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업계가 한 목소리로 현대중공업의 '콧대가 꺾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현대중공업이 시장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것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