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업무 특성 점차 사라져…여의도ㆍ광화문에도 IT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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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13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서울 업무용빌딩 시장의 중심이 '임대인'에서 '임차인'으로 이동했다. 업무용빌딩 공급은 늘어나는데 반해 경기 악화로 사용 면적은 줄면서 서울의 공실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공실률은 수익률과 직결되는 동시에 매매거래에서 건물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건물주 입장에선 우선 건물을 채워야 보배다. '임차인 모시기 전쟁'이다.부동산 전문관리업체 한화63시티리얼티의 자료에 따르면 도심권역(CBD), 의도권역(YBD), 강남권역(GBD) 등 서울 주요지역 업무용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2010년 5.4%에서 지난 2분기 8%로 증가했다. 활발히 임대차 거래가 이뤄지는 건물로 조사 범위를 한정하면 그 상승폭이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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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의 공실률은 2010년 7.5%, 2013년 7%, 2014년 2분기 6.9%로 공실률을 해소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림산업이 시공 중인 10만6212㎡의 초대형 업무용빌딩 D타워와 신세계건설이 시공 중인 청진8지구 업무용빌딩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다만 현재 예정돼 있는 신규 공급 물량을 제외하면 한동안 새로운 업무용빌딩 공급이 없어 공실률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YBD의 공실률은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0년 2.7%던 공실률은 2014년 2분기 11.6%로 급증했다. 전국경제연합회(전경련)회관과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준공이 공실률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증권업황 부진으로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증권사도 증가하고 있다. 소송 등으로 4년간 사업 진행이 멈춰있던 파크원은 이르면 내년 초 공사를 재개해 향후 공실률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GBD의 공실률은 2010년 5.2%에서 2013년 6.5%로 증가하다가 지난 2분기 6.2%로 소폭 하락했다. NC소프트 등 GBD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IT 관련 기업들이 판교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GBD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CBD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IBM은 올해 하반기 여의도 IFC로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이다. 타권역에 비해 신규 공급도 적다. 임차 수요를 올리기 위해서는 리모델링 등으로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위치, 건물주의 운영기간, 가격등이다. 업무용빌딩의 위치는 기업의 조직원, 사업영역 등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콜센터가 들어설 건물은 자가용 출퇴근 비율이 낮은 조직원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과 가깝고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 좋다. 서울 내에선 신도림역과 구로역을 포함한 서남부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자자의 건물 운영기간은 임차인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 운영기간이 길수록 임차인을 하나의 테마로 구성하기 유리하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대표적인 예다. SFC 주인인 싱가포르투자청(GIC)는 SFC 개발 단계부터 장기 운영을 계획했다. 임차인을 구성하는 테마는 외국계 금융회사였다. 건물을 채우는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SFC가 준공된지 15년이 지난 지금 테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임차인의 이탈 비율은 낮아 매년 공실률은 3% 내외로 빈 공간이 없다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저조하고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에는 가격 할인 전략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건물주들은 공식적인 임대료를 할인하기보다 무료 임대 기간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과거 연간 1~2개월 이었던 무료임대 기간은 최근 3~4개월로 늘어났고 6개월을 준 사례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사무실 이전 비용이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어려운 와중에 전략적으로 꾸준히 임차인을 유치하는 곳으론 여의도 IFC가 꼽힌다. IFC는 One, Two, Three 순차적으로 임차인을 받았다. One IFC 전략은 YBD 안에서 임차인을 50% 이상 확보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이었다. Two IFC부터 임차인이 부족해 CBD와 GBD에 있는 외국계 기업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애초 국제금융지구의 건물이었기에 외국계 임차인에 대해 임대료도 차등해서 받았다. Three IFC는 다른 IFC 건물과 다르게 공개적으로 임차인을 구하지 않고 대규모 임차인을 대상으로만 마케팅을 진행했다. 사무실 내부 공사를 마감하지 않고 임차인이 원하는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비용까지 지원해 주는 것은 IFC의 대표적인 전략이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건물이 가진 장점을 부각하면서 가격 정책으로 임차인을 설득하는 데에는 적어도 3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소요된다"라며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의 위치, 임차인의 성격, 투자자의 투자회수 방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임대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의 공실률은 매매거래에서 건물의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CBD에 있는 업무용빌딩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준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약 4000억원 수준에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건물이 비어있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후 신한BNP운용은 법무법인 세종을 대표 임차인으로 유치해 공실률을 2%로 끌어내렸다. 최근 재매각을 추진한 결과 건물은 5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될 전망이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한동안 임차인 중심의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 유치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임대차 마케팅 전문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임대차 마케팅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은 업계에서 10명 이내고 5년 이상의 경력자도 50명 안쪽일 것" 이라며 "미국이나 일본에선 이미 발전한 시장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여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