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입력 2014.08.20 08:48|수정 2014.08.20 08:48
    [Weekly Invest]
    그룹 계열사 77곳 중 주력계열사 실적 부진
    면세점·주류만 기대 이상…"신동빈 회장 경영 시험대"
    • [08월17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롯데그룹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 매입으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고민이 깊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휴가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진짜 위기는 사업 자체에 있다. 70곳이 넘는 계열사 중 웃을 수 있는 곳은 극소수에 꼽힌다. 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고,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불황에 부침을 겪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는 약 77개사, 이중 유통·석유화학·음식료·레저·기타(건설·상사·물류 등)로 이뤄진 비금융사가 67개로 자산과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롯데쇼핑을 위시한 유통부문은 그룹 자산 및 매출의 40%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48%를 차지하고 있어 말 그대로 그룹의 주력이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심각할 정도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상반기 롯데쇼핑은 매출액 14조2340억원, 영업이익 65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9.5% 감소했다. 사업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롯데마트 등 할인점 사업부는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국내에선 강제휴무 확대가, 해외에선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직격탄을 날렸다. 하이마트도 신규 출점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와 기존점 매출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유통 사업 특징상 매크로 회복 외에는 자체적인 실적 개선 능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향후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그리 밝지 않다는 얘기다.

      수원역 부근에 들어설 롯데몰 수원점과 제2롯데월드의 조기 개장이 불투명한 점은 국내에서 신규 수익원을 기대한 롯데쇼핑에 있어 골칫거리다. 해외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 역시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연초 4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6월 들어 30만원대가 무너져 현재 20만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석유화학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에 맞물려 유통 부문 다음으로 실적 비중이 큰 사업부로 성장했다. 그룹 내 매출과 EBITDA의 24.2%, 21.0%를 차지한다.

      잇따른 M&A로 몸집을 키운 롯데케미칼도 업계 불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매출은 꾸준히 늘지만 영업이익은 가파르게 줄었다. 연결기준으로 2011년 1조50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이 1년만에 3700억원대로 추락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액 7조6553억원, 영업이익 1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18.4% 감소했다.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음식료 부문 역시 전형적인 내수·소비재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진 않았다.

      롯데제과의 경우 영업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제과 시장이 정체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롯데제과의 점유율이 올라가진 못하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는 수준이다. 제과업계의 화두로 해외시장 진출이 떠오른 가운데 롯데제과도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오리온에 비하면 아직 해외사업의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실적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나마 주류 부문이 선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주류부문은 최근까지 부진했지만, 클라우드 맥주 사업 시작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찾으며 활기를 띠고 있다. 클라우드는 출시 100일만에 2700만병을 판매했다. 그룹 차원의 마케팅 공세 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레저부문은 그나마 선방한 사업군이다.

      롯데면세점은 해마다 매출 신장으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1분기 잠정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비수기로 통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요우커(旅客)' 급증에 힘입어 이 기간에 사상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적별 매출 구성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5∼5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면세점의 상반기 매출은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제2롯데월드 안전성 논란, 그룹 후계구도 변화 가능성 등 그룹 안팎으로 시끄럽지만, 무엇보다 주력사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단순히 경기 부진이라는 '매크로' 측면의 악재뿐만 아니라 대기업 잠식 논란 등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여론 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롯데그룹이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회장이 롯데의 외형 확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로써는 오히려 몸집 불리기로 인한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주고 있고, 장기적으로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