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행간 갈등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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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28일 15:3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논란에 대한 제재를 보류했다. KB금융 제재 안건 중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동경지점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제재만 확정했다.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수현 원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제재심의 결과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담당 부서에 법리검토를 주문 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 22일 주전산기 교체건과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내린 경징계 결정이 현행감독 기준 및 양형기준에 어긋난 점이 없는지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의 자문기구일 뿐 의결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최 원장은 제재심의 결과를 놓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재심의가 내린 '경징계' 결론을 뒤엎을 수 있는 권한이 최 원장에게 있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내에 결론이 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시간이 좀 더 지체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원장의 딜레마, 어느 쪽을 택해도 후폭풍
당초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지난 22일 확정된 제재심의 결과를 사흘 후인 25일을 전후해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최 원장의 결정이 늦춰지며 제재심의 결과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일 거란 분석이다. 경징계 결론을 뒤엎을 때 KB금융의 소송은 물론, 경영공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는 까닭이다.
석 달에 걸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최 원장이 '한마디'로 뒤집기 부담스러운 형국인 것이다. 하지만 '경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최 원장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평가다.
최 원장의 선택은 국회도 주목하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정무위)은 "최수현 원장이 제재심의 결과를 승인할 경우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안 등을 문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임영록 vs. 이건호 갈등 재점화, 금감원 '불편 심기' 건드렸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금융지주와 은행 간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주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원, 그리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은 화합도모 차원에서 템플스테이로 단합대회를 가졌다.
지주사가 기획한 단합대회로 임 회장에게만 독방이 준비됐다. 이는 이 행장의 묵은 감정을 건드렸다. 이 행장은 이에 대해 항의한 후 귀가했다.
이는 지주-은행간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일이란 평가다. 이 행장은 단합대회 직후 전산교체 문제로 금감원 중징계를 받았던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담당 상무를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이사회에 올릴 보고서에 유닉스의 미흡점을 고의적으로 누락함으로써 중대한 결정에 차질을 초래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고발 전 이 행장은 임 회장에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와 별도로 은행 차원의 후속조치"라며 "검찰 고발건을 지주와 은행 간 갈등으로 볼 수 없다"며 "은행 차원의 후속조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지주사 쪽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징계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주사 관계자는 "은행 쪽에서 검찰 고발한 것으로 지주사와의 갈등이라고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