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매각, 우발부채 여전…수익성이 오히려 걸림돌?
입력 2014.09.12 09:00|수정 2014.09.12 09:00
    “기존 차입금은 확정사항…우발채무 처리에 따른 변동성이 핵심”
    차라리 법정관리가 나을뻔했다는 지적도…현실성은 낮아
    • [09월03일 14:4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한전선이 본업인 전선제조업에서 사업성을 회복하고 있음에도 우발채무로 인해 매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목소리가 여전하다. 회사 분할 매각이나 법정관리 등 방안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아 우발채무 해결책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 매각자 측은 오는 15일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달 초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하나대투증권-JP모간 컨소시엄이 매각 주관을 맡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하나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은 7000억원의 출자전환을 단행하는 한편 수익성 좋은 초고압케이블 사업에 힘을 실었다. 지난 2년간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상반기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 결정 당시 매출액 대비 차입금 비중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했다”며 “인수자로서도 리파이낸싱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차입금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매출 1조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 2조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9000억원의 장·단기차입금은 크게 부담스러운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차입금보다는 우발채무 처리 여부가 매각에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확정돼 있고 영업이나 다양한 금융조달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차입금보다는 얼마나 현실화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우발채무가 더 문제라는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그 동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우발채무 규모를 줄여왔다. 지난달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옛 신한종금 사옥 신축사업장 관련 대출채권 및 부수 권리를 매각하기도 했다. 예보는 이 권리를 대한전선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고 있어 대한전선이 780억원의 대출채권과 이자를 우발채무로 가지고 있었지만 매각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럼에도 아직 3000억원가량의 우발채무가 남아있다. 거래 관계자는 “남부터미널 개발 사업 등 사업성이 비교적 양호한 자산들이 남아있어 현실화할 우발채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수자 입장에선 우발채무의 불확실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이 때문에 지난해 ‘전선제조업’과 ‘건설업·광통신’으로 회사를 분할한 후 우발채무와 무관한 전선제조업만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채권단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매각이 실패하지 않는 한 이 방안을 다시 꺼내 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차라리 대한전선이 본업인 전선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라면 더 매각이 용이했을지도 모른다"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관리 시 우발채무도 조정대상에 포함되고 채권자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엔 채무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며 “조정을 통해 예측가능성이 커지고 인수자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우발채무 부담이 있는 회사의 경우 법정관리를 거치는 것이 인수·합병(M&A)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통한 매각 진행 가능성은 낮다. 우발채무 부담이 있을 뿐 회사의 근간이 되는 전선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망가지며 법정관리를 결정한 회사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우발채무를 확정하기 위해 사업성이 개선되고 이자 잘 갚고 있는 회사를 법정관리로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화되는 전선 사업이 오히려 딜레마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발채무를 감수하고라도 인수할 후보가 전혀 없다는 점을 단정할 수 없다면 법정관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관계자 역시 “부실 PF 사업장이 정리되며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중이고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금융비용 부담도 감소한 상태”라며 “영업이 안되거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법정관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아울러 법정관리 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자율협약의 경우 채권이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되지만 법정관리의 경우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전선이 채권단에 지고 있던 채무는 1조5000억원가량이었지만 출자전환 직후 약 7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전선은 채권단으로부터 약 7000억원, 자율협약에 속하지 않은 채권자로부터 약 2000억원을 장·단기로 차입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약 445억원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결국 채권단과 회사로서는 PF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우발채무도 감수할 인수자를 찾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